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동안 윤 총장과 검찰의 행보를 두고 정치적 중립을 벗어났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이에 대한 견제를 명분으로 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와 감찰권 행사를 두고 갈등이 이어졌다. 급기야 검찰총장 직무배제라는 국면까지 치달은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 사안들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한 징계청구 사유들을 내놓은 만큼,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
추 장관이 제시한 윤 총장의 다섯 가지 비위 혐의 가운데, 검찰이 중점을 두고 수사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법관들을 ‘불법 사찰’ 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내용일 뿐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 추 장관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조국 전 장관 사건’ 등의 재판부 판사와 관련해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보고받은 윤 총장이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물의 야기 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인사 불이익을 주는 근거로 활용한 내부 문건이다. 만약 재판부 사찰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정보를 수집한 이유와 상세한 내용, 용도 등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또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사건 관계자인 <제이티비시>(JTBC)의 실질 사주 홍석현을 만나 부적절한 교류를 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이 사건 관계인 위치였다면 검사윤리강령 위반에 해당하는데,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관련 사건이 어떤 것이었고 만남의 성격이 어땠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퇴임 뒤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하는 등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를 손상한 점도 사유에 포함됐다.
윤 총장은 추 장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어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직무배제와 징계가 적절한지는 이후 징계 심의 절차와 소송 등을 통해 다뤄지겠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국민들의 판단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도 추 장관은 비위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윤 총장도 법적 대응만 강조할 게 아니라 상세한 소명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추 장관의 조처를 놓고 여야는 벌써부터 첨예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선은 정치적 평가보다 사실관계에 바탕을 둔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의 막중함을 고려할 때 제기된 혐의들의 진상 확인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추 장관의 조처가 합당한지 여부도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