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네 명의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모두 살아 있는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배우 박신혜(30)과 드디어 대중과 만나게 된 영화 '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콜'(이충현 감독, 용필름 제작). 극중 주인공 서연 역을 맡은 박신혜가 24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 '상속자들' '닥터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영화 '형' 등 매 작품 상대 배우와 인상적인 호흡을 맞추며 명실상부 케미 제조기로 자리매김한 박신혜. 올 여름 좀비 영화 '#살아있다'에서 타고난 담력과 생존전략을 겸비한 유빈 역을 맡아 그동안 보여줬던 사랑스럽고 건강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올 겨울 필모상 가장 강렬한 미스터리 스릴러 '콜'을 통해 또 다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서연은 20년 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영숙(전종서)과 우연히 전화 한 통으로 연결된 뒤 과거를 바꾸려는 인물. 대화를 통해 친구가 된 줄 알았던 영숙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된 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그는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하게 된다. 박신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따른 외적인 변신은 물론 섬세한 감정 변화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며 서연을 완벽히 그려낸다.
이날 박신혜는 '콜'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공개된 것에 대해 "우리 영화가 3월에 제작보고회를 하고 8개월 만에 오픈을 하게 됐다. 이 시기에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그래도 어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이게 돼 기쁘다. 극장에 대한 아쉬움이 물론 있겠지만 더 좋은 쪽으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콜'을 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박신혜는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던 작품"이라면서 "'#살아있다' 보다 '콜' 촬영을 먼저 했는데, 드라마 '알함브라함의 궁전' 촬영이 끝날 때 쯤 이 작품으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다. 사실 그때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바로 새로운 작품을 이어서 준비하기가 버거웠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재미있었음에도 제 상태로 인해 한 차례 출연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영화사 제작사 대표님께서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말씀을 주셨고 감독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이충현 감독님의 단편 '몸값'도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지금까지 봤던 감독님들과 다른 새로움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나리오를 다시 읽고 결정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타임슬립을 다룬 많은 영화들 가운데 '콜'만 가진 매력에 대해 묻자 박신혜는 "남녀간의 사건이 아닌, 여성 중심의 영화 그리고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가지고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게 끌고 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네 명의 여성의 조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시간과 관련된 많은 소재의 영화가 있는데, 보통 후회를 가지고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돌리고 싶어하는 류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콜'은 시간을 돌렸을 때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과거를 바꿨을 때 어떤 것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 더 잘 표현된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콜'의 여성 영화로서의 매력에 대해 강조한 박신혜, 그는 "그동안 여성 영화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느끼셨을 것 같다. 나만 혼자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시장을 겨냥했을 때에도 많은 관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와 출연진들 자체가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기회마저 없다면 영원히 똑같은 거 아닌가. 끊임없이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있고, 그 속에 우리가 '콜'로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아져서 폭도 넓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극중 연기한 서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초반 수동적으로만 그려질 수 있는 서연에 대한 고민이 컸었다는 박신혜는 "영숙(전종서)이 서연을 쥐락펴락하는 것에 비해 서연이 너무 순응적으로 끌려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 된다면 제가 기존에 보여드렸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었다"라며 "질질 끌려가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주관을 가지고 있는 움직이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했다. 가능하면 그런 모습을 보실 수 있었으면 좋다"고 전했다.
서연과 반대되는 센 캐릭터인 영숙이라는 캐릭터에 처음에는 더 마음이 끌렸었다는 박신혜. 그는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나. 광기 어려있고 사람들을 숨막히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느껴졌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나라면 영숙을 하고 싶었다"라며 "하지만 서연 같이 올곧은 사람이 점점 무너져 내리는 부분도 재미있을거라 생각했다. 늘 미쳐 있는 사람보다는 정상이었다가 미쳐가는 과정도 재미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영화의 대부분의 전개가 서연과 영숙(전종서)의 통화로 진행되는 '콜'. 이 같은 촬영 방식에 대한 질문에 박신혜는 "촬영을 하면서 세트나 소품이나 현장 상황 때문에 과거에서 현재로 순차적으로 촬영이 됐다. 과거의 영숙부터 현재의 서연까지 촬영했다. 그래서 제가 촬영할 때는 영숙의 촬영이 끝난 상태였다"고 답했다. 이어 "그래도 중요한 감정신 같은 경우는 배우가 촬영장에 와서 함께 전화 호흡을 맞췄다. 종서씨가 촬영할 때는 제가 현장에 가서 대본을 읽었고 제가 촬영할 때는 종서씨가 와서 대본을 읽어줬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 자체만으로도 서로가 감정을 주고 받으면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이 통화로 이뤄지는 만큼 박신혜와 전종서의 대면 신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폭발하는 '콜'. 박신혜는 이 대면신에 대해 "저희가 실제로 만나는 장면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할 때 저희는 격하다고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저희가 연기를 하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인다고 컷을 외치시더라.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우리가 '격했나?' 싶더라.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꼈다면 우리가 현장에서 느낀 감정이 전달된 것 같아 기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호흡을 맞춘 전종서에 대해 "정말 대단한 친구다"라고 칭찬했다. "연기도 정말 소름돋게 잘한다. 어쩜 이런 에너지를 발산하는 친구가 있나 싶다. 저 또한 소름이 돋은 적이 많다"라며 "하지만 실제로는 귀엽다. 애교도 많다. 대화를 하다보면 사람의 리듬이 느껴지지 않나. 그런 리듬이 통통 튀는 친구였다.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영민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저 또한 종서 배우에게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개봉한 '#살아있다'부터 '콜'까지 최근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신혜는 "또 다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이 없냐"는 질문에 "제가 아무래도 동글동글하게 생기고 하다보니 제가 몸을 잘 못쓸 것 같다, 혹은 액션은 안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부분은 다음 작품인 드라마 '시지프스'를 통해 충족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액션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다. '콜'과 '#살아있다'는 정말 맛보기 정도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있어서도 감질맛이 났다. 더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 갈망을 '시지프스'에서 시원하게 풀어서 여한이 없다"며 웃었다.
앞서 드라마 '시지프스'에 참여한 보조출연자의 코로나 확진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기도 했던 박신혜. 인터뷰 전 음성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안도하며 "저 진짜 오늘 정말 인터뷰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컸다.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날(코로나 확진 보조출연자의 촬영날) 저는 촬영이 없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 판정을 받아서 다행이다. 함께 한 스태프들이 모두 음성 판정 받기를 기도했다. 저희가 촬영이 정말 막바지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모두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콜'은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단편상, 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단편의 얼굴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었던 단편 영화 '몸값'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박신혜, 전종서, 김성령, 이엘 등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