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추 장관은 연초 장관에 취임한 직후부터 연말이 임박한 지금까지 끊임없이 윤 총장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하도록 인사권과 지휘권 등을 통해 계속 압박하더니, 이제는 감찰 카드로 강박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윤 총장은 지난달 22일 국정감사 때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 했고…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이야기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함으로써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국정감사 이후에는 지방 순회나 회의 등을 통해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정적 전제주의의 압제에 신음하던 인류는 ‘법치주의’라는 도구를 고안해 냄으로써 비로소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법치주의의 백미는 국가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며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 재판을 통해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사법부·입법부와 더불어 이 법치를 실현하는 대통령 다음으로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들이다. 행정부의 법치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들이 1년 가까이 갈등 속에 보내면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누가 봐도 자유 민주국가에는 크나큰 결함이다.
검찰개혁을 하겠다며 취임한 추 장관이 검찰개혁은커녕 위법 시비에 휘말린다거나 편파적인 법 집행, 국회에서의 동문서답 또는 일방적 답변 등으로 국민을 피로하게 하는 사이 전국 검찰의 미제 사건은 지난해 대비 40%나 증가했다. 법과 원칙의 관점에서 보면 검찰권은 사법 기능에 속한다. 따라서 검찰청이 행정부에 소속한다 하더라도 사법 기능을 맡고 있는 검찰권은 일반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돼야 하는 만큼 행정부의 정무직 공무원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독립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추 법무장관은 권력분립의 원칙, 사법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사용 언어나 화법의 문제로 인한 품위 유지 의무도 위반한 책임이 있다. 그리고 윤 총장은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이유를 밝혀 거부하는 게 옳다. 장관의 지휘권을 수용한다고 해놓고 나중에 위법하다는 사실을 말하며 다른 방법으로 저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그러나 검찰청법 제12조 제3항은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37조에는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 처분이나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백히 규정돼 있다. 따라서 임기 중인 검찰총장을 경질하는 것은 대통령의 결심만으론 부족하다. 충분한 징계 사유가 있어야 총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의 모범이 돼야 할 책임자들의 유치한 갈등에서 국민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이제 더는 사태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대통령은 위법과 품위 유지 위반을 이유로 법무장관을 즉각 경질해 법질서 수호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