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ㆍ‘페미니즘연극제’ 20일~내달 21일 대학로 일대
“대학로에 페미니즘 주사 한 방 놓았기를 바라며….”
2018년 7월30일. 제1회 페미니즘연극제가 끝난 다음날, 연극제를 주최한 페미씨어터는 이런 인사를 전했다. 연극계에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거셌던 여름이었다. 여성들의 목소리는 한국사회와 연극계의 환부를 열어젖혔고, 드러난 병증은 심각했다. 따끔한 주사이자 응원이었던 페미니즘연극제가 돌아온다.
제2회 페미니즘연극제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등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주제는 ‘연대를 상상하라!’. 지난해 응원구호를 차용한 ‘플레이 플레이 페미니즘’(Play Play Feminism)을 내세웠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연대를 꿈꾼다. 주최 측은 “포함과 배제의 선긋기가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손을 내밀어 연결과 포함의 선을 긋는 ‘연대’를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모두 다섯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코카와 트리스 그리고 노비아의 첫날밤>이 시작을 연다. 생계형 킬러인 두 여성, 코카와 트리스가 의뢰인의 요구대로 한 남성을 납치한 뒤 벌어지는 일들을 미스터리 심리극으로 다뤘다.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를 통해 공동체의 비극적인 민낯을 드러내는 극이다.
‘프로덕션IDA’는 막내 동생이 남편에게 총을 쏜 사건을 계기로 모인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마음의 범죄>를 선보인다. 세 자매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접근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연대의 의미를 묻는다. 1981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베스 헨리의 동명 소설의 배경을 2019년 제주도로 옮겨 왔다. ‘프로젝트그룹 원다원’이 올리는 <남의 연애> 역시 연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한 여자와 친구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남의 연애’의 옆에 선 사람에 대해 말한다. ‘남의 연애’이지만 곧 ‘나’와 ‘친구’의 이야기가 아닌가 등의 질문을 품은 극이다.
죽은 지 이틀 지난 아이의 말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극단 ‘907’의 <너에게>도 공연된다. 극단 ‘문’의 <달랑 한 줄>은 불편한 한 줄을 바꾸려는 네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이도, 직업도, 가치관도 다르지만 상사나 남편의 어떤 한마디, 책 속의 어떤 한 줄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같다. 연극제는 “이 작품은 몇 년 전 더 이상은 외면하지 않겠다 외치고 투쟁했던 우리와 같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공연에서 담지 못한 주제들은 4개의 부대프로그램에서 탐색한다. 육아와 창작활동을 병행하는 여성 연극인들을 들여다보는 구정연의 전시 <리턴 투더 스테이지>, 연대의 장을 마련하는 <연극하는 페미니스트 모여라> 등이다. 서울변방연극제와 연대한 포럼 <연극을 퀴어링!>과 ‘노는사람12345’의 <골반, 여성을 깨우다>도 준비돼 있다. <골반, 여성을 깨우다>는 피지컬 페미니스트들이 ‘내 가슴은 누구의 것인가’ ‘내 골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등의 질문을 안고 진행해 온 ‘깸 여성 몸 워크숍’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