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자력발전 수출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사업에서 원전 관련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바라카 원전을 책임졌던 한국수력원자력의 인력 관리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정부와 원전업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최근 한수원 내부 제보로 바라카 원전의 핵심기술이 미국에 통째로 넘어갔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요청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자력 관련 비리, 기기 부품 결함 등 법령에 위배되는 행위를 제보받는 원자력 옴부즈만 제도를 통해 지난달 제보가 접수됐다"며 "기술 유출 부분은 다른 부처와 관련이 있는 만큼 국가정보원 협조하에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기술이 개발한 냅스는 원전의 정상 가동 여부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으로 해외에 나가려면 원자력통제기술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전략물자로 지정돼 있다. 한국전력기술이 APR-1400을 채택한 UAE 바라카 원전 건설·운영업체인 '나와(NAWAH)'에 냅스를 유상 제공한 적은 있는데 당시에도 원자력통제기술원에서 허가를 받았다.
원안위 관계자는 "전략물자인 만큼 과거 냅스 관련 기술이 수출 허가를 받고 나간 사례가 몇 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UAE로 APR-1400 설계도를 비롯한 경수로 핵심기술이 대거 넘어간 부분도 현재 조사 중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제보를 받고 해당 내용을 조사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당 기업과 개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은 "제보를 받은 뒤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원안위 차원에서 엄하게 해당 제보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기술 유출에는 외국 원전산업체로 이직한 한수원 출신 전문인력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도 유출 과정에서 드러난 원전 기술보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계기관 감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업계에서는 냅스 유출을 탈원전 여파가 기술보호 불감증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UAE 원전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 결과가 다음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전 정책을 둘러싼 잇단 헛발질로 향후 바라카 원전에서 한국이 얻기로 했던 몫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임성현 기자 /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