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재계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소식에 ‘올 것이 왔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대기업 관련 수사를 강도높게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검찰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17일 “검찰총장 인선은 법조계뿐 아니라 재계의 관심이 고조됐던 사안인데,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였다”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 관련 ‘적폐 청산’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마도 많은 기업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인물이 검찰총장에 지명된 것 아닐까 싶다”며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앞으로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2017년 한국항공우주(KAI) 방산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을 지휘했다. 이에 앞서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시절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고, 2012년 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엔 LIG 기업어음 사건과 관련해 총수 일가들을 기소한 이력이 있다. 윤 후보자는 특히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한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됐고, 이듬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시키기도 했다.
윤 후보자는 검찰이 기업의 부패를 수사하는 것이 기업을 올곧게 만드는 일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윤 후보자를 유난히 부담스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 ‘오너 리스크’를 제거해서 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목표”라며 “삼성을 수사할 때도 수사하면 주가 올라가고 기업 잘됐지, 기업 수사해서 망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피용익 (yonik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