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초자치단체인 남양주시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감사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방자치단체 길들이기’에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23일 남양주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조 시장은 이날 남양주시 청사 2층에 마련된 감사장에 들어가 도의 조사관들에게 “감사를 중단하고 시청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조 시장은 “경기도가 법률이 정한 감사 통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감사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고 직원들을 협박,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조 시장은 이날 아침부터 감사장 앞에서 ‘계속되는 보복성 감사 더 참아야 하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지난 16일부터 ‘특별조사’라는 이름으로 남양주시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 대상은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특혜 의혹, 예술동아리 경연대회 사업자 불공정 선정 의혹,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여부 등 시의 비리의혹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남양주시에는 이번 ‘특별조사’를 보복 감사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이 지사가 경기도민에게 지급하는 재난소득을 각 시·군에 지역화폐로 지급할 것을 권유했지만 남양주시는 유일하게 현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경기도는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한 시·군 주민에게 1만원씩 특별조정교부금을 주면서 남양주시를 제외했다. 남양주시는 “재량권을 넘은 위법한 조치”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실제 경기도는 이번 감사에서 특정 기간 남양주시의 언론보도 자료제공 내용·배포 경위, 청사 대관 내용·출입자 명부 등도 조사하고 있다.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갈등을 보도한 기사에 시청 직원들이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도 확인 중이다. 조 시장은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개인 소신 때문에 이런 공포감을 주는 감사가 계속되는 듯하다”며 “도지사가 대권 후보 지지율 1위가 된 기사의 댓글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위법한 감사”라고 주장했다.
기초자치단체의 감사 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성남시는 특정 기간 시장의 일정을 제출하라는 당시 행정자치부의 감사를 거부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지사였다.
남양주=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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