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클라우드 서비스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던 금융권이 달라지고 있다.
대다수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기꺼이 클라우드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아마존 등 클라우드 기업들은 금융사들의 '디지털 파트너'로 부상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국내외 금융사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글로벌 대형은행들은 클라우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5년 계약을 맺었다. AWS 클라우드 위에서 뱅킹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고객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HSBC도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하기 위해 AWS와 장기 계약을 맺었다.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해온 캐피털원 역시 마지막 자체 데이터센터의 문을 닫는다. 골드만삭스, 독일 은행 도이치뱅크의 경우 구글과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보안과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우려 등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클라우드 이동이 느렸던 은행들까지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빅테크 기업의 금융 시장 진입에 따른 경쟁 격화, 인공지능(AI) 기반 금융 서비스 활용 등이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배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디지털 혁신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금융사들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IBM이 국내 IT시장조사기관 KRG와 국내 2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 준비 방안으로 가장 많이 꼽은 건 '원격근무 및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이었다.
한국IBM 측은 "금융, 유통, 통신 분야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만 상당수 금융사들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기업에 밀렸던 국내 기업들도 기회를 찾는 모양새다.
NH농협은행은 대고객 서비스인 '올원뱅크'에 네이버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은행권에서 퍼블릭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대고객 서비스를 오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영증권은 전체 IT시스템을 KT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한화생명은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AWS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은 오랫동안 규제 때문에 클라우드 이동이 더뎠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며 "규제 준수 등 클라우드 기술도 성숙해지면서 은행권까지 클라우드를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