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미국 주식은 빼놓을 수 없는 선택지다. 대다수 기업이 연말에 배당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기업 상당수는 분기별로 한 번씩 배당을 한다. 수십 년간 금액을 늘려온 우량 기업도 많다. 포트폴리오를 잘만 구성하면 월세처럼 매달 배당금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1·4·7·10월에 배당을 주는 소비재 기업 킴벌리클라크와 2·5·8·11월 배당을 주는 통신사 AT&T, 3·6·9·12월 배당을 주는 소비재 기업 존슨앤존슨을 모두 매수하면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단, 단순히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실적이 부진하거나 실적 전망이 크게 악화돼 배당수익률 이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아예 배당을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고배당주보다는 배당을 많이 하거나 꾸준히 늘리면서 견고한 실적을 내는 종목 혹은 순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담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P&G·3M 60년 넘게 배당 늘려
▷코로나19 여파에도 순이익 탄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흔들리지 않았고 배당을 오랫동안 늘려온 기업 중에는 소비재 기업이 많다. 프록터앤드갬블(P&G), 콜게이트팜올리브, 3M, 존슨앤존슨 등이 대표적이다.
P&G는 화장품, 생활용품 등 분야에서 65개 브랜드를 보유한 생활소비재 업체다. 질레트와 오랄비, 페브리즈 등이 P&G 대표 브랜드다. 130년간 배당금을 지급해왔으며 올해까지 64년 연속 금액을 늘렸다. 2020 회계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 주당 배당금은 3.03달러로 전년 대비 13센트 증가했다. 실적 역시 탄탄하다. 2020 회계연도 순매출은 709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 늘었다. 순이익은 131억달러로 세 배 이상 늘었다. 2021 회계연도 1분기(2020년 7~9월)에도 순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 19% 증가했다. 미국 투자자문회사 잭스에쿼티리서치는 “P&G는 최근 5년 동안 배당을 연평균 3.73% 늘렸다. 향후 배당은 순이익 성장, 배당 성향 등에 따라 결정될 텐데 2021 회계연도 순이익이 8.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콜게이트팜올리브는 치약, 비누, 목욕용품,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기업. 57년 연속 배당액을 늘려왔다. 실적이 순항하는 만큼 향후에도 늘릴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2020년 1~3분기 누적 순매출은 4%, 순이익은 18.8% 증가했다.
스카치테이프와 메모지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헬스케어·소비재 업체 3M 역시 100년 이상 배당금을 지급해왔으며 61년째 금액을 늘렸다. 2020년 1~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1.8%) 줄었으나 순이익은 11% 증가했다. 밥 시우라 슈어디비던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매출이 부진했지만 장기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기술, 혁신에 주안점을 둔 기업 문화가 강점이다. 3M은 매년 20억달러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보유한 특허는 11만8000개가 넘으며 매년 4000여개가 추가된다. 배당으로 정기적인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한테 적합한 종목”이라고 분석했다.
58년간 배당을 늘린 제약·소비재 업체 존슨앤존슨도 눈여겨볼 만한 종목으로 언급된다.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16.8% 늘어나며 순항 중이다. 올해 연간 주당 배당액은 3.98달러로 지난해 3.75달러에 비해 23센트 증가했다.
▶언택트·바이든 수혜주 주목
▷버라이즌 배당수익률 4.3% 예상
향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배당주 중에는 장기간 성장이 기대되는 비대면(언택트) 관련 기업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정책으로 수혜를 받을 기업이 많다. AT&T, 버라이즌, IBM, 캐터필러 등이다.
통신사 AT&T는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종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11월 16일까지 한국 투자자는 AT&T 주식 2억65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최근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5G 투자가 줄고 OTT 시장이 성장하며 AT&T가 제공하는 케이블 TV 서비스 가입자가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5G 투자가 재개되며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 내 통신망 확충을 위해 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자회사 워너미디어가 소유한 방송사 HBO를 통해 올해 5월 OTT 서비스 ‘HBO맥스’를 선보였다는 점도 돋보인다.
배당 매력 역시 충분하다는 평가다. 2013년부터 매년 배당을 늘려왔다. 최민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5.2%를 기록한 배당수익률이 올해에는 7.4%, 2021년에는 7.5%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통신 업계 점유율 1위 업체인 버라이즌 역시 5G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2가 시장에 나오며 5G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고객당 평균 매출(ARPU)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기준 기대 배당수익률은 4.3%”라고 전했다.
IBM은 1916년부터 주주 배당을 해왔다. 올해 기준 25년 연속 배당을 늘렸다. 올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클라우드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캐터필러는 건설·토목기계 제조사다. 지난해까지 26년 연속 배당을 늘렸다. 바이든 당선자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만큼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도 눈여겨볼 만한 종목으로 거론된다.
코카콜라는 글로벌 1위 종합 음료 업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카콜라는 주당 배당금이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다. 1980년부터 2019년까지 배당 성향 평균은 66%나 된다. 2020년 예상 배당수익률은 3.2%로 글로벌 동종 업계 평균인 2.1%를 웃돈다”고 분석했다. 코카콜라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2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영업이익은 34% 감소했다. 주요 국가에서 식당과 술집, 영화관 등이 문을 닫으며 탄산음료 소비 역시 급감한 탓이다. 하지만 서서히 반등 조짐을 보인다. 3분기에는 매출 감소율 9%, 영업이익 감소율 8%를 기록하며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개선됐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품 출하량 감소폭이 완화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 등 경영 효율화에도 힘쓰고 있음을 고려하면 수익성 개선 여지도 크다. 자사주 매입, 배당금 증액 등 오랫동안 이어져온 주주 환원 정책이 주가 급락을 방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2010년 배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분기 배당금을 41센트에서 45센트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스타벅스는 10년 연속 배당금을 늘리게 됐다. 2016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모바일 주문 비율이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말 기준 24%까지 뛰는 등 디지털 플랫폼 활용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5호 (2020.11.25~12.0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