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아파트 환상 탈피’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정부 여당 고위인사의 부동산 설화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하도 잦으니 이젠 의도된 도발로 보일 정도다.
진 의원은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현장견학과 토론회장에서 “아파트나 빌라나 별 차이가 없다”면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말은 즉각 네티즌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자기는 아파트에 살면서 어떻게 남들에겐 빌라도 좋다”고 말하느냐는 것이다.
진 의원은 본뜻과 다르게 왜곡보도됐다지만 오해를 불러오기에 충분한 것도 사실이다. 주차와 보안, 아동 안전을 비롯해 빌라형 주거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빌라는 빌라일 뿐이다.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진 의원 발언의 문제는 공감 부족에서 오는 확증편향이다. 그가 전세난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을 아예 모르거나 무시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자기 입장, 정책의 정당성만 주장하려다보니 남의 아픔과 분노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자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이다. 부동산 문제에 관해선 당내 최고의 전문가다. 얼마 전 내놓은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의 전세 공급물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빌라다. 아마도 그가 빌라를 격찬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이날 “공급이나 가격위주의 부동산 정책에서 벗어나 주거의 질에도 초점을 모아야 한다”고도 했다.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빌라의 주거환경을 더 개선하자”고 강조했으면 됐을 일이다. 아파트 환상 운운으로 집없는 사람들의 화를 돋울 필요가 없었다.
사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관계자 대부분은 진 의원과 같은 공감 부족과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다. 자기에게 유리하고 반대자에게 불리한 것만 본다. 끊임없이 분노유발 발언들이 계속되는 이유다.
가깝게는 “임대차 3법은 우리 경제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의 발언이나 좀 멀리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될 이유는 없다”는 말까지 모두 출발 원인은 같다. 그중 최고는 “여인숙 살이도 많다”는 김어준 씨의 호텔전세 엄호발언이다. 그러니 “네가 살아라 호텔전세”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선 부동산 정책 부작용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부동산 정책에 필요한 건 유연함이다. 그건 공감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