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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최고의 보도는 어떻게 나왔을까 덧글 0 | 조회 219 | 2020-11-23 12: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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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 ‘팬데믹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

칼 짐머(54)는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국내에도 번역된 〈바이러스 행성〉 〈기생충 제국〉을 비롯해 과학 교양서 13권을 저술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주는 ‘과학 저널리즘 상’을 세 차례 받았고, 최고 권위의 ‘내셔널 아카데미 커뮤니케이션 상’을 지난해 수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그가 〈뉴욕타임스〉에 쓴 기사들은 과학 보도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과학 저널리즘을 말하는 데 그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다. 미국 뉴욕에 있는 칼 짐머 기자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뉴욕타임스〉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트래커(Coronavirus Vaccine Tracker·아래 〈그림〉)’는 가장 유명한 코로나19 보도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너무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일반적인 기사 형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백신이 특히 그랬다. 에디터(팀장급 기자)가 ‘이 백신은 어디까지 개발되었어? 저 백신은 얼마만큼 왔어?’라고 물어볼 때마다 개발이 진행되는 상황을 쫓아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개발 현황을 정리하는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다. 이 스프레드시트가 ‘백신 트래커’로 진화했다(2020년 11월10월 기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트래커’는 임상시험에 들어간 백신 총 63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 진입하면 백신 트래커에 추가된다).

‘백신 트래커’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포맷이다. 〈뉴욕타임스〉는 신문이다. 지면에 실을 수 없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반대는 없었나?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온라인 뉴스 제작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개척해왔다.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s)’나 ‘다이내믹 지도(dynamic maps)’ 같은 것이다. 가장 유용한 포맷 중 하나가 트래커(tracker)이다. 트래커는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으며, 독자는 트래커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최신 뉴스를 압축적으로 얻는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목적으로 트래커를 만들어왔다. ‘백신 트래커’를 제안했을 때 과학 기반의 트래커는 처음이지만, 에디터는 곧바로 이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백신 트래커는 공개되자마자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기사가 되었다. 그 뒤 우리는 ‘코로나19 치료제 트래커(Coronavirus Drug and Treatment Tracker)’도 만들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잘 굴러가고 있다. 통일된 형식으로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얻는 데에 트래커는 매우 적합하다.

구체적으로 ‘백신 트래커’는 어떻게 만드나?

과학 그래픽 에디터인 조너선 코럼과 함께 전체적인 포맷을 잡기 위해 지난 6월 오랜 시간을 들였다. 포맷을 잡는 일이 가장 어려웠는데 백신 레이스가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백신이 어떤 테스트를 거치는지 설명을 붙이고, 항목의 스타일을 정하고, 적합한 분류 방식을 집어넣었다. 그 이후로 우리의 작업은 훨씬 더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되었다. 나는 매일 백신 개발 상황을 파악하고 트래커를 업데이트한다. 그러면 조너선이 업데이트된 트래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컴퓨터, 휴대전화 그리고 다른 기기들에서 트래커가 잘 보이는지도 직접 확인한다.

상당히 일이 많을 것 같다.

코로나19 취재 이외에 다른 일은 거의 못하고 있다. 트래커도 백신 레이스 상황에 맞춰서 때때로 구성을 바꿔야 한다. 몇몇 국가에서는 백신에 ‘제한적인 승인(limited approval)’을 내주고 있다(11월10일 기준 러시아, 중국, 아랍에미리트). 우리는 어떤 국가에서 해당 백신을 승인했는지 ‘라벨’을 추가했다. 아일랜드에 사는 누군가가 아랍에미리트에서 승인받은 백신을 두고 “곧 접종할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너선 코럼과 자주 협업한다.

조너선은 ‘사이언스 타임스(〈뉴욕타임스〉의 과학 섹션)’에서 15년째 그래픽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수년 동안 그는 내가 쓰는 기사에 들어가는 도표, 지도, 차트 등을 제작했다. 모든 과학 기사에 그가 참여할 수 있도록 조너선 10명을 복제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단백질로 뒤덮인 나쁜 뉴스:코로나바이러스 게놈 속으로(Bad News Wrapped in Protein:Inside the Coronavirus Genome)’라는 기사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의 구조를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보다가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다. 그는 코로나19의 유전자를 보여주고, 각각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말해준다면 흥미로운 기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즉시 뛰어들었다. 바이러스가 단지 몇 개의 유전자만을 이용해 어떻게 우리 몸을 납치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었다.

미국은 과학 저널리즘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세기에 과학 저널리즘이 번창했다. 공학 및 다른 분야가 진보했고, 산업혁명과 함께 나라가 장기간 발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화학물질 오염부터 핵전쟁에 이르기까지 산업혁명에 딸려온 숨겨진 위험을 찾아내는 탐사 저널리즘(investigative journalism)의 전통이 피어났다. 팬데믹 속에서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들은 우리 생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를 보도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 있다. 그러나 많은 신문사가 위축되고 무너지면서 과학 저널리즘 역시 포위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언론사들은 과학 기자를 줄이고 있다. 동시에 백신이나 과학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이 현실로부터 괴리될까 봐 무척 걱정스럽다.

〈뉴욕타임스〉도 과학 기자를 줄였나?

반대였다. 과학과 의학 전문 기자들이 있는 부서를 확장했다. 〈뉴욕타임스〉의 과학팀은 여러 기자와 에디터를 갖춘 큰 팀이고, 다수의 외부 필자도 두고 있다. 나는 2004년부터 〈뉴욕타임스〉에 기사와 칼럼을 쓰고 있으며 2013년 과학 칼럼니스트로 임명되었다. 팬데믹 전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매주 칼럼을 썼다.

코로나19 보도에서 과학 저널리즘이 중요한가?

필수적이다. 과학 저널리스트는 임상시험에 관한 보고서를 주의 깊게 읽고,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고, 그 연구가 말해주는 것을 전달해본 경험이 있는 유일한 기자이다. ‘베일을 벗은 코로나바이러스(The Coronavirus Unveiled)’는 최근에 조너선과 함께한 프로젝트다. 최근 몇 달 동안 알게 된 지식을 토대로, 코로나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를 그래픽과 기사로 보여준다. 우리는 엄청난 독자를 얻고 있다. 우리에게 아직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는 우리의 적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코로나19 기사를 쓸 때 주의하는 점은 무엇인가?

많은 연구가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preprint·학술지 게재 전 논문) 형태로 쏟아지고 있다. 좋은 연구를 구별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차이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지식이 점점 늘면서 몇 달 전에 썼던 기사가 오보가 되기도 한다.

과학은 항상 진행 중에 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과학 기자들이 독자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초기 증거를 토대로 설득력 있어 보였던 가설일지라도 더 많은 증거가 나오면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팬데믹뿐만 아니라 언제나 그렇다.

최근 한국에서는 독감 백신에 관한 논란이 일었다. 언론은 백신 접종을 한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기계적으로 보도해 불안을 키웠다.

백신과 백신 리스크, 그리고 관련된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팬데믹을 극복하는 데에 필수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인과관계의 기본적인 개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람들이 백신의 유용성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과학 보도 분야에 전문성을 쌓았나?

나는 과학자가 아니고 과학 분야에서 정식 트레이닝을 받은 적도 없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몇몇 매거진에 지원했다. 그리고 과학 전문 매체 〈디스커버〉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팩트 체크 기사’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과학에 대해 쓰는 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 뒤 짧은 과학 기사를 쓸 기회를 얻었다. 어느 순간 이것이 과거의 어떤 글쓰기와도 다른 경험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자연에서 상상 이상의 무언가를 접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그들의 발견을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도와주었다. 지금도 보통 하루 일과 중 일부를 과학자들과 대화하면서 보낸다.

코로나19에 대해 가장 궁금한 부분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의 면역 시스템을 조작하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 아직도 거의 알지 못한다.

한국의 독자들과 저널리스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

독자들이 팬데믹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분투하는 한국 기자들을 응원한다. 미국 같은 나라와 비교해 한국이 얼마나 코로나19에 잘 대응해왔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한국은 과학과 함께 성공했다. 사회에서 마주하는 모든 중요한 질문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과학과 연결된다. 만약 과학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할 것이다.

※ 칼 짐머 기자는 11월30일 ‘2020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팬데믹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다. 그의 기조 강연은 유튜브 생중계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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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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