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건강 계획을 수립하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검진 결과표에 적힌 어려운 의학 용어와 다양한 숫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어떤 항목을 꼼꼼히 살펴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지도 헷갈린다. 건강 성적표를 잘 이해하고 이를 200% 활용할 수 있는 키포인트 7가지를 짚어본다.
━ 1 C형 간염과 요당은 음성이 긍정적 의미
건강검진 결과표에는 ‘양성’과 ‘음성’으로 표시되는 항목이 꽤 있다. 간염 검사와 소변 검사의 일부 항목, 내시경검사 등이다. 양성은 발견됐거나 있다는 뜻이며, 음성은 발견되지 않았거나 없다는 뜻이다.
먼저 A형·B형 간염의 경우엔 양성이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백신으로 면역력을 획득했다는 뜻이다. 반면에 C형 간염의 경우 양성 결과는 현재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거나 감염의 흔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위·대장 내시경검사에서의 양성은 악성(암)이 아니라는 의미다. 암이면 조직 검사에서 ‘악성’ 판정이 나온다.
소변 검사에서 요당·요단백·요잠혈이라는 항목은 모두 음성이어야 좋은 의미다. 요당 검사는 소변에서 당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당뇨병 등이 원인이다. 요단백은 소변 속 단백질 검출 여부를 보는 것이다. 양성이면 콩팥 기능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요잠혈 검사는 소변의 혈액 검출을 확인하는 것으로 헤모글로빈증, 요로 결석 등과 관련 있다.
━ 2 간 건강 상태는 AST·ALT 항목 살펴봐야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의 특성상 이상이 생겨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간 건강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간 기능 검사에서 주목할 항목은 AST·ALT, 빌리루빈, 감마 GT다.
AST와 ALT는 간염의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간세포 안에 들어 있는 효소인 AST·ALT가 정상 수치(0~32U/L)보다 높다는 건 간세포가 손상돼 두 가지 효소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갑자기 증식하는 효소인 감마 GT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다. 빌리루빈은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사멸하면서 만들어내는 노폐물이다. 빌리루빈은 원래 간에서 해독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기준보다 높다는 것은 간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신호다.
━ 3 체중·혈당·혈압 들쭉날쭉 땐 경각심 갖기
이전 검진 결과와 주로 비교하는 것이 초음파로 보이는 결절의 크기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외에 체중·혈당·혈압 같은 수치의 최근 몇 년간 변화도 함께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이들 수치가 들쭉날쭉하면서 변동 폭이 크면 정상 범위여도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체중 변동 폭이 크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팀은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 4800여 명의 4년간 체중 변동 폭과 당뇨병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했다. 연구 결과 체중 변동 폭이 큰 사람의 당뇨병 발생률은 체중 변화가 거의 없는 사람의 1.8배였다. 요요가 반복돼 체지방 지수가 높아지면 특히 복부 지방이 잘 쌓이는데 이 지방이 핏속으로 흘러 들어가 지방이 있어야 할 곳(지방세포)이 아닌 간 등 다른 조직에 쌓인다. 그러면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 많이 생겨 인슐린 저항이 증가해 당뇨병으로 갈 위험이 커진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는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건강관리의 기본이다. 혈압·혈당이 들쭉날쭉하면 각 장기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나빠져 장기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이 미세하게 손상을 받는다.
━ 4 당뇨·고혈압 전 단계는 예방 마지막 기회
당뇨 전 단계, 고혈압 전 단계가 있다. 약을 먹을 단계는 아니지만 질병 직전에 와 있다는 얘기다.
먼저 8시간 이상 금식 후 측정한 혈당 농도가 100~125㎎/dL면 공복혈당장애(100㎎/dL 미만 정상, 126㎎/dL 이상 당뇨병 의심)에 해당한다. 공복혈당장애는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 기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정상→공복혈당장애→당뇨병’은 연속선상에 있다.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장애로 나왔으면 당화혈색소 검사 등으로 당뇨병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와 있는지 정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더는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태로 간주하지만, 당뇨 전 단계에서는 정상 체중 유지 등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으로 당뇨병 진행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135/85㎜Hg 언저리로 나왔으면 이런 증세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과체중 또는 비만이거나 ▶공복혈당이 100㎎/dL 이상 ▶중성지방이 150㎎/dL 이상 ▶복부 비만(허리둘레 남자 90㎝, 여자 80㎝ 이상)이 아닌지 ▶두통·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있으면 고혈압 직전이거나 고혈압일 가능성이 크므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에 나서야 한다.
━ 5 중성지방 수치 높으면 맨 먼저 식이요법
혈액이 깨끗한지를 살펴보는 것이 콜레스테롤 수치다.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있고, 이를 구성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고밀도지단백)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저밀도지단백)이 있다. HDL은 혈액 속 나쁜 지방 성분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 반면에 LDL 수치가 높으면 혈전이 생기고 동맥경화로 진행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LDL과 중성지방 증가, HDL 감소 중 한 가지 이상 문제가 있을 때 진단한다. 중성지방 수치 이상으로 인한 이상지질혈증은 약을 먹지 않고 식이요법만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 6 종양 표지자 항목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암 가능성을 알려주는 종양표지자 수치가 약간 증가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상승한 사람 100명 가운데 실제로 암에 걸린 사람은
5명 미만이다. 암 진단은 피 검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종양 표지자 검사 결과는 초음파·내시경·CT 등 다른 검사 결과와 함께 보는 참고 자료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증가했다면 의사와 상담한 후 필요에 따라 추가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 7 결과표 들고 병원 가서 의사와 상담하기
잘 이해가 되지 않거나, 앞으로 건강 계획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되면 결과지를 들고 건강검진을 받은 병원을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가족력과 건강 상태에 따라 검진 결과를 해석하는 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검진 결과에 따라 다양한 식습관·운동 등 생활습관 처방을 돕는 병원들도 있다. 의료진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결과표를 설명해 주면 수검자의 건강관리나 치료 순응도도 높아진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도움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이동현(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