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초청 강연에서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긍정적 효과가 절대적으로 많지 부정적 효과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지 않으려면 법 개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공정경제 3법의 국회 처리와 상법 개정안 중 ‘이사·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그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3%룰’에 대해 “주주의 평등 의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이 주도하는 공부모임 ‘금시쪼문’도 지난 20일 윤희숙 의원 등과 토론을 갖고 ‘3%룰’이 독소조항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공정경제 3법의 최대 쟁점을 놓고 제1야당 대표와 의원들이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따로국밥’ 정치를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영권 침해이고 기술유출 우려라는 재계 주장을 반복한다. 하지만 재계 우려는 과도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 금융사들은 2016년부터 감사위원 1명을 분리 선임하고 있지만 경영권이나 기업정보 유출이 문제 된 경우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부 감시장치 미비와 불투명한 경영에 따른 비효율이 훨씬 크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사·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도입하려는 배경이다. 현행 제도에서 대기업 지배주주가 반대하는 감사위원이 선임된 예는 거의 없고, 상장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99%에 달한다. 이사회가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밖에 못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개선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도 제고하자는 것이 상법 개정안 취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계의 묵은 논리를 반복하며 또다시 원점에서 발목을 잡으려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 제·개정을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전향적 입장 표명은 국민의힘이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정작 법안심사 단계에서 김 위원장 말 따로, 의원 행동 따로라면 김 위원장이 무슨 말을 하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김 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과 등도 약속했지만 이제껏 지켜진 건 없다. 약속했으면 당내 반발이 있더라도 반드시 관철하는 것이 제1야당 대표의 책임 있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에 대한 당내 입장부터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