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연내에 2024년 대선 재출마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여러 곳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뒤집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퇴임 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의 삶은 은둔과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회동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2024년 대선 재출마라는 '다음 단계'를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대화를 나눈 한 참모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3주 안에 새로운 선거 캠페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연임에 실패한 뒤 재출마해서 정권을 잡은 그로버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22대, 24대 미국 대통령)처럼 재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은 1885년 대통령이 됐으나 1889년 재선에 실패했다. 이후 포기하지 않고 대권에 다시 도전해 승리를 거뒀고 1893년에 재취임했다.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직은 2회까지 역임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지만 '임기가 반드시 연임이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약 7378만표(21일 현재)를 얻었는데 이는 조 바이든 당선인(약 7982만표)을 제외하고는 미국 대선 역사상 최다 득표다. 트럼프가 아직도 상당한 지지 기반을 거느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샘 넌버그 전 보좌관은 "그는 매우 경쟁력이 있다"면서 "2024년에 다시 정치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출마를 선언할 경우 공화당 내 대선 구도가 요동치는 등 미국 정가에는 일찌감치 차기 대선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등도 대권 경쟁 가도에서는 트럼프와는 경쟁상대다. 이 세 명은 자신의 측근이지만 트럼프가 '주저앉히고 싶어하는 잠룡'이라는 게 WP의 분석이다.
WP는 "다만 트럼프는 재출마에 대한 입장을 수시로 바꾸고 있으며 아직 확실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단 퇴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갈 곳은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보인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호화 리조트 마러라고는 트럼프가 휴가 기간 좋아하는 골프 등을 치며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활동과 더불어 적극적인 돈벌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역대 미 대통령들이 퇴임 후 사회 원로로 남았던 것과 달리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해서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형 유세를 통한 후원금 모금, 유료 강연회, 회고록 출판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