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가 5월부터 8월 광복절 집회까지 불규칙적으로 증감을 반복하던 시기 일평균 깜깜이 환자가 보고된 확진자보다 6.2배나 존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월부터 최근까지 세자릿수 확진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한 것도 숨어있는 ‘깜깜이 환자’가 지역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분석이다.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일 공동으로 주최한 ‘코로나19 관련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김찬수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정책의 과학적 근거 마련 시뮬레이션’을 주제로 이같은 분석결과를 내놨다.
김찬수 연구원 연구팀은 지난 4월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유입 환자가 늘어나던 시기 이들에 대한 관리가 철저해도 학생들의 등교 시기를 늦추고 최소 4주 이상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김찬수 연구원이 소개한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방법은 지역사회 속 개인의 속성과 행태, 환경, 질병 정보 등을 병렬연결 슈퍼컴퓨터로 입력해 감염 확산 정도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개인의 속성은 이동 빅데이터를, 행태는 직장·집·비정상행동 등을, 환경은 개인이 처한 방역 환경을, 질병 정보는 바이러스의 감염력과 감염 지속 기간 등이 포함된다.
김찬수 연구원은 “나이나 가족, 집, 직장, 교통이용 패턴 등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개인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지 등을 분석하는 시뮬레이션”이라며 “방역 정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말과 3월 초 대구 신천지 여파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뒤 4월 감소 국면을 맞았다가 5월부터 8월 광복절 집회까지 불규칙적으로 확진자수 증감을 보였다. 김찬수 연구원은 기존의 시뮬레이션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4월 이후 확진자수 감소세를 보여야 한다고 봤지만 5월부터 8월 중순까지 지속적으로 증감을 반복한 점을 감안해 개인의 속성에 깜깜이 환자 변수를 고려했다.
이를 통해 하루 단위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일평균 깜깜이 환자가 보고된 확진자보다 6.2배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찬수 연구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5월과 8월 중순 사이 깜깜이 감염자 비중은 일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보고된 확진자의 6.2배에 달한다는 분석”이라며 “현재 신천지에서처럼 대규모 집단감염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또 특정 장소나 이벤트 관련 집단감염에 대해 “어떤 특정 장소에서 전파가 이뤄졌는지를 찾아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장소를 특정하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