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글을 기고해 국내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덩위원(鄧聿文)이 당시 직장에서 쫓겨난 데 이어 최근엔 은행 계좌마저 동결됐다고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가 지난 20일 보도했다.
덩위원은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의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의 부편집장으로 있던 지난 2013년 2월 ‘중국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글을 썼다가 해고됐다.
덩은 이후에도 중국 당국의 신경을 자극하는 예민한 글을 외국 언론에 종종 발표해 왔으며 최근엔 미국 뉴저지주에 체류하며 미 대선 이후 미·중 관계가 한층 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거에 패했다고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해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며 “11월이나 12월의 언젠가 ‘서프라이즈’를 벌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데 둬웨이에 따르면 덩은 최근 자신과 부인이 중국 내 갖고 있는 은행 계좌가 중국 중앙국가안전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동결된 상태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계좌엔 약 30만 위안(약 5100만원)의 예금이 들어 있다고 한다.
덩은 계좌 동결이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졌고, 어떤 영문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차례 은행에 전화를 걸어 물어본 결과 결국 베이징시 창핑(昌平) 공안국(公安局)의 지시로 돈이 묶이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덩은 지난 두 달 동안 공안국의 여러 부서와 연락을 취했으나 모두 책임을 미룰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결 원인과 관련해선 덩이 중국의 국가 안전과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은 자신이 침묵을 깨고 성명을 내 중국 내 계좌 동결을 밝힌 건, 정치와 관련이 없는 아내까지 연루되고 있어서라고 말했다.
덩위원은 또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항의할 것이며 재산을 동결한 은행에 대해선 소송을 제기해 합법적인 방식으로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올해 52세인 덩은 영국 노팅엄대학의 중국정책연구소 방문학자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2년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에 입사한 덩은 2012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집권 10년의 명암을 다룬 글 ‘후-원의 정치유산’을 발표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