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주 ‘규제 샌드박스’를 처음으로 승인한다. 규제 샌드박스 1호는 ‘도심 수소차 충전소 설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첫 적용을 앞두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규제샌드박스 1호 승인을 계기로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화수분처럼 솟아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노는 것처럼 정부가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기업이 새 제품·서비스 허가를 신청하면 정부가 한달 안에 어떤 규제가 있는지 확인해주거나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소 2년 동안 관련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준다.
산업부는 11일, 과기부는 14일 각각 규제특례심의위원회와 신기술ㆍ서비스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초의 규제샌드박스 사례를 승인할 예정이다. 이날 보고 자리에선 각각 신청이 올라온 사례를 승인해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물론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 1호는로는 외곽 지역 아니면 불가능했던 수소전기차 충전소를 도심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울산 방문 때 규제 샌드박스 1호가 도심 수소차 충전소 설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서울 시내 5개 지역에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허가를 요청했다.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면 국토법이나 서울시 조례 등 관련 법을 바꿔야 하지만, 샌드박스 제도로 허가를 얻기만 하면 수소 충전 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유전자 검사 업체 마크로젠은 유전체를 분석해 건강 관리를 해주는 서비스 허가를 신청했다. 그간 유전자 기업들은 병원과 달리 법에 가로막혀 유전자 검사를 탈모 여부나 피부 노화 등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우리나라 최초로 규제샌드박스를 산업현장에 실제로 적용하는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다”며 제도 시행 이후 한 달도 안되어서 최초 승인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해 준 두 부처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규제샌드박스 시행 첫날(1월17일)에 이미 19건이 신청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이 규제 개혁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가 없는 사안이라면 원칙적으로 승인한다는 것을 전제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