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올해 경기부진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및 유가 안정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물가 전망을 최대 1.0%까지 낮추는 등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 노무라, 씨티 등 해외 IB들은 최근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유가 하락 등으로 지난해 대비 0.8% 오르는데 그치며 예상치인 1.3%를 큰폭으로 하회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IB들은 지난달 물가가 전월비로 0.1%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농축수산물이 전월대비 -0.3%, 석유류는 -6.5% 하락하면서 개인과 공공서비스 분야의 물가 상승률(+0.4%)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는 기업과 정부가 연초에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며, 1월 물가가 전월대비 하락한 것은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몰아쳤던 지난 1999년 이후 20년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경제 내부의 물가 압력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3%에서 올 1월엔 1.2%로 소폭 낮아졌다. 집세 상승률이 같은 기간 0.3%에서 0.2%로,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0.1%에서 -0.3%로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IB들은 올해 물가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는 1.8%에서 1.3%로 0.5%포인트 낮췄고, 노무라는 1.7%에서 1.0%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1.6%에서 1.5%로 소폭 낮췄고, 씨티는 1.7%에서 1.3%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부동산 가격 조정이 올해 전월세 비용을 낮출 것으로 예상하며 노동시장 부진도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을 제한할 것으로 분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특히 1분기 물가 기조가 예상보다 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씨니는 정부가 복지정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과 유가가 지난해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72달러에서 올해 62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물가의 하방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6%로 안정적인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 물가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예상을 감안할 때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고 기존의 금리동결 전망을 유지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물가 영향과 관련해서는 분석이 엇갈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보다 10.9% 올라 올 1월부터 적용된 최저임금이 2월부터 물가에 반영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한 반면, 씨티는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인 국내총생산(GDP) 갭과 경제심리 압박 등으로 최저임근의 소매가격 전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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