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영리”… 고립주의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의 쿠르드족 침공 사태에서 확실히 발을 빼고 있다.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에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북부를 떠나 남하할 것을 명령했다. 공언한대로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며 철군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CBS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시리아 북부에서 1,000명 정도의 미군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고 그는 북부 시리아에서 신중하게 군대 철수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 24시간 동안 우리는 터키가 원래 계획한 것보다 더 남쪽으로, 또 서쪽으로 공격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쿠르드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도 북부에서 터키에 반격을 위해 시리아, 러시아와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터키의 남진과 쿠르드 측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불필요한 피해를 막으려면 미군 이동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터키군은 6일 미군 100여명이 주둔하던 접경 도시 라스 알아인을 떠나 남쪽으로 이동하지 즉각 공격을 개시했다.
트럼프도 ‘고립주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터키 국경에서 일어나는 격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은 매우 영리한 일”이라고 썼다. 이어 “우리를 중동 전쟁으로 밀어 넣은 이들이 여전히 싸우라고 몰아세우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나쁜 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다른 사람들은 한쪽 편, 또는 다른 편을 위해 싸우기를 바랄지 모르지만 그들이 알아서 하게 두자”고 한 뒤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끝없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거듭 강조한 발언으로 앞으로 전황이 악화해도 미국의 적극적 중재나 개입 노력은 없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