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환경문제로 폐쇄했다가 지난해 10월 재개장한 보라카이를 오가는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부정기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정기편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현지 노선을 운항 중인 에어부산, 진에어, 에어서울 등 국내 항공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개장 당시 내걸었던 ‘입국자 수 제한’ 등 환경보호 조건을 다시금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이날부터 보라카이 환경보호 조치에 따라 전세기 부정기편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에 운항 중단을 통보했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는 지난 4월부터 주 2회(월요일·금요일) 부정기편으로 보라카이 칼리보 노선을 운영해온 에어부산이 대상이다.
에어부산은 지난주 필리핀 정부로부터 이 같은 조치를 통보받고, 이날 전세기 편부터 운항을 중단한다고 여행사와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현재 에어부산은 환불수수료 면제, 대체 여행지 유도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에어부산과 계약을 맺고 이 노선 운영에 참여한 주요 여행사는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 등이다.
이들은 본격적인 여름 여행 성수기를 맞은 가운데 ‘명소’로 꼽히는 보라카이행 운항이 중단돼 직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항공편이 취소되면 해당 여행을 주관한 여행사의 고객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한국과 중국 항공사가 필리핀에 운항 요청을 해서 오늘과 내일 중에 결과가 나온다는데 현재로서는 그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10월 보라카이를 재개장하면서 여행객 수 제한 등 새 규칙을 발표했다.
섬이 수용할 수 있는 최다 인원은 5만5000명 미만으로 섬 주민 3만5000여명을 고려해 체류 관광객 수를 1만9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필리핀 정부의 운항 중단 선언은 재개장 당시 조건으로 걸었던 여행객 수 제한을 다시금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업을 허가한 현지 호텔 수도 정해져 있는 만큼 정기편 외에 부정기편으로 관광객이 많아져 다시 입도 인원을 조정하려는 의도에서다.
이 때문에 성수기 시즌 부정기편 운항으로 수요 확대를 노렸던 국내 항공사들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항공사들은 여행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휴가 성수기에 대비해 탑승률이 넢은 인기 여행지를 중심으로 부정기편 운항을 계획한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