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달러 약세 영향 등으로 올 들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또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2019년 1월 말 외환보유액’을 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055억1000만달러로 한 달 만에 18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세 달째 증가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증가 배경을 두고 “미국 달러화 약세로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8위다. 1위는 중국(3조727억달러), 2위는 일본(1조2710억달러), 3위는 스위스(7869억달러) 순이었다.
그런데 외환보유액이 많아지면 꼭 좋은걸까.
외환보유액 증가는 대외지급능력의 확충이란 측면에서 국가신인도 제고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라는 긍정 요인으로 해석되는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39억달러까지 떨어져 바닥을 드러냈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외환보유액은 국방력처럼 유사시에 대비해 쌓아둔 대외지급준비자산으로 간주된다. 많이 쌓아둘수록 투기세력 공격으로부터 그만큼 방어능력이 커지는 원리다.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측면도 중요 효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우리의 지급능력을 인정, 안정적으로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인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ㆍ미간 정책금리의 역전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외국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옴에도 실제론 예상보다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꼭 많을수록 좋다는 공식은 성립되기 어렵다. 외환 확충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 때문이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통화증발 요인이 생기는데, 한은은 이를 환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발행하게 된다.
통안채 발행량 증가는 고스란히 천문학적인 이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까지 통안채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은 2조2000억원이다. 4분기까지 합산하면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증가할수록 긍정 시그널로 해석되는 한편 적정 보유액 논란도 함께 제기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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