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매물 부족으로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이 7년1개월 만에 최대로 올랐다. 서울의 강남 4구를 비롯해 울산, 세종 등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번지는 양상이다. 집값도 서울이나 지방 가릴 것 없이 뛰고 있다. 정부는 공실 공공임대주택이나 ‘중형 공공전세’를 앞세워 물량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당장 대응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이사철을 앞두고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총체적 ‘부동산 난국’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11월 전국 전셋값이 0.66% 올라 전달(0.47%)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이는 2013년 10월 이래 최대다. 전국 전셋값은 14개월 연거푸 상승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달만 평균 2390만원 올랐다. 올해 최저임금 노동자 연봉(2154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주택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뿐이 아니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와의 격차를 줄이고, 결국 매매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그다음은 전셋값이 더 오를 게 뻔하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올 7월 정점을 찍고 3개월 주춤하다 지난달 더 크게 오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셋값 부담에 결국 서울 외곽이나 지방에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니 매매가가 오르지 않을 리 없다. 서울 전세를 감당하지 못하겠거든 지방에 집을 사라는 식의 안일한 정책 판단을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식이라면 지방의 세입자들은 또 어디로 밀려나라는 것인가.
홍남기 부총리는 2일 “12월까지 3만9000호의 공실 공공임대에 대해 입주자를 조속히 모집하겠다”고 말했다. 소득·자산 요건을 따지지 않아 중산층에게도 문을 열기로 했다. 또 공공전세와 신축 매입약정 7000호 물량도 조기에 공급한다. 하지만 이런 공급물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을 얼마나 충족할지는 의문이다. 주차장이나 놀이터, 편의시설 등 주거여건을 아파트만큼 끌어올려야 호응이 있을 것이다.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공유주택들처럼 유휴 숙박시설·빌딩을 활용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런 1인 가구를 위한 집뿐 아니라 가족도 살 만한 임대주택을 발굴하는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집값 급등은 정부가 어정쩡한 정책으로 투기세력에게 계속 먹잇감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결국 매매가격을 잡는 것이 전세난을 푸는 처방이다. 부동산정책이 문재인 정권의 명운을 좌우한대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그런 각오로 집값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