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판사 출신 이용구 변호사를 법무부 차관에 내정했다. 법무부 차관에 비검찰 인사를 발탁한 건 1960년 이후 60년 만이다.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이 내정자는 현 정부에서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은 추 장관 측근이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 차관 인사를 단행한 것은 4일로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를 위한 것이다. 당초 법무부는 2일 징계위에서 윤 총장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징계위원인 고기영 차관이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징계위를 4일로 미뤘다. 문 대통령이 고 차관 사임 이틀 만에 신속히 후임 인사를 단행한 뜻은 분명하다. 법원의 윤 총장 직무복귀 결정, 윤 총장 징계청구 등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법무부 감찰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 징계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에 거리를 둔 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문 대통령이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법무부는 “감찰위 권고사항을 충분히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징계위 결정, 추 장관 건의, 문 대통령 재가를 거쳐 윤 총장을 해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징계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추·윤 정국 속에 검찰개혁의 좌표가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문제의 원점은 검찰개혁”이라며 “검찰은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 거취를 ‘검찰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치환한 것이다.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행정법원과 법무부 감찰위 결정만 보더라도 현시점에서 검찰개혁을 위해 짚어야 할 것은 ‘검찰개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올바른 검찰개혁은 무엇인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윤 총장 또한 추 장관의 절차적 흠결에 대한 법원, 법무부 감찰위 등의 지적이 자신의 언행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공공연히 거론되는 건 정상이 아니고 검찰에도 해악이다. 이 상황을 정리할 책임은 전적으로 윤 총장에게 있다. 윤 총장이 제대로 된 ‘검찰주의자’라면 “윤 총장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적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