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어온 한 과학자가 지난주에 살해됐는데, 암살 당시 원격 기관총까지 사용됐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암살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상황이어서 바이든 차기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바이 박석호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에서 암살 작전이 벌어진 건 지난주 금요일입니다.
이란 핵 과학자 파크리자데가 탄 승용차가 검문소에서 멈춰선 순간 총격이 일어났고,
놀란 파크리자데가 차 밖으로 나오자 인근 트럭에서 원격 조종 기관총이 발사됐습니다.
파크리자데가 쓰러지자 이 트럭은 증거 인멸을 위해 자폭장치로 폭파됐습니다.
첩보 영화 같은 암살작전으로 숨진 파크리자데는 이란 성지인 이맘자데 살레 사원에 안장됐습니다.
이란 핵무기 개발의 아버지로 불린 그는 이스라엘의 주요 경계 대상이었습니다.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2018년 : "핵개발 조직을 새로 만드는 계획을 모센 파크리자데 박사가 주도했습니다. 이름을 기억하세요. 파크리자데입니다."]
이 때문에 이란은 암살 작전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미사일 반격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갈리바프/이란 국회의장 : "강력히 대응하지 않으면 (이스라엘) 범죄자들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은 "핵무기 제조에 나서는 사람은 누구나 사형장으로 간다"고만 말했을 뿐, 이스라엘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이란 핵협정에 복귀해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공약이었는데,
분노한 이란 국민들은 친 이스라엘 정책을 펴온 미국 정부도 책임이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까지 거부할 기세입니다.
[이란 시위대 : "국제원자력기구 IAEA 요원은 이스라엘 편이다. 이란에서 나가라."]
이번 암살 작전이 바이든 당선자의 중동 정책을 흔들기 위해 기획됐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차기 미 행정부의 중동 평화 정책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두바이에서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촬영:박현성/영상편집:김철/그래픽:박미주 한종헌
박석호 기자 (parkseokho@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