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 세계에서 주문이 폭주해 직원들이 초과 근무를 하는 등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국민들은 당국의 사상 통제 등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거나 공연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지 못해 삭막한 연말연시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30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코로나19로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이 앞당겨지면서 지난 7월부터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관련 물품의 거래가 증가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경우 관련 용품 거래가 지난 3개월 전년 동기 대비 185.3% 증가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의 11월 4∼17일간 관련 온라인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하는 등 크리스마스가 임박해 오면서 주문량이 더 늘고 있다. 최대 구매자는 미국이었고, 영국이 뒤를 이었다.
크리스마스 관련 트리와 장식품, 산타클로스 피규어, 리본, 카드 등의 품목에 대한 주문이 많았고, 10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헤드폰이 100.1%, 충전기도 60.9% 증가하는 등 가전 제품 주문이 늘었다.
세계 최대 잡화 도매시장인 저장성 이우 시장에서 상품매장을 운영하는 수슈위에는 “이전에는 9월에 주문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해외 바이어들이 코로나19로 7월부터 주문하기 시작해 11월까지 이어지고 있고, 더 많은 주문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장성에 본사가 있는 공예회사 사장 뤼옌은 “지난 6월부터 미국 등에서 크리스마스 리본, 장식품 등에 대한 대량 수출 주문이 들어왔다”며 “납품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 직원들이 몇달동안 초과 근무를 했고, 물류 비용이 올랐지만 다행히 납품일을 맞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공장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게 보내고 있지만,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 등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2017년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창한 후 ‘크리스마스는 서구 문명의 문화적 침략의 하나’라는 인식이 퍼지며 크리스마스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방송에서 크리스마스 전야의 흥겨운 분위기를 전하고 호텔과 유명 식당은 자리가 없을 정도였지만, 한 순간에 바뀐 것이다.
2018년엔 크리스마스이브에 크리스마스 양말이나 사과, 산타클로스 인형 등을 파는 노점상을 단속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야외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쓰러뜨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올해 역시 중국이 미국과 갈등을 겪으며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조성은 어렵게 됐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