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내 주식을 줄기차게 사들이던 외국인이 30일 2조4,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내던지고 국내 시장을 빠져나갔다. 코스피 역사상 외국인의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개인투자자들이 2조원 넘게 사들이며 시장을 떠받쳤지만, 코스피는 1%대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11포인트(1.60%) 내린 2,591.34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2,648.66까지 오르며 장중 최고치를 새로 쓰는가 싶더니, 외국인 매도세에 눌려 결국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무려 2조4,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1999년 한국거래소가 관련 수치를 집계한 이후 최대 규모다. 기존 역대 최대치인 지난 8월 31일(1조6,300억원)보다 6,800억원을 더 팔았다.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7조7,000억원 규모를 사들이며 한국 주식에 애정을 보여오다 이날 대거 차익실현에 나선 결과였다.
외국인 매물 폭탄의 결정적인 배경으로는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 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지수 정기 변경이 꼽힌다. 이날 MSCI 정기 변경에 따라 신흥국 지수에서 인도 비중이 늘고 쿠웨이트가 새로 편입된 반면, 한국 비중은 약 0.3%포인트 줄었다. 이달 중순 예고된 비중 축소에 따라 국내 증시에 머무르던 1~2조원 규모에 달하는 외국인 패시브 자금(수동적 운영자금)이 유출될 것이란 전망이 당시부터 있어왔다.
반면 개미군단은 이날 2조2,2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총력전을 펼쳤다. 외국인들의 물량을 온몸으로 받아낸 개인들은 이날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 최대 순매수 기록은 지난 5월 4일 1조7,000억원이었다. 이날 기관은 2,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난 19일 이후 8거래일만에 '사자'로 전환했다.
삼성전자(-2.20%), SK하이닉스(-1.32%), LG화학(-1.23%), 네이버(-2.46%)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세로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0.06% 오른 886.11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개인이 2,100억원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끈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75억원, 1,200억원씩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 영향으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3원 오른 달러당 1,106.5원에 종료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