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후기
커뮤니티 > 구매후기
인력 엑소더스 이어 미래기술마저..탈원전 2년 만에 '예고된 참사' 덧글 0 | 조회 49 | 2021-01-23 04:54:26
코코여행  

[서울경제] 한국수력원자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형 차세대 원전 기술인 ‘APR1400’은 미국 외 노형으로는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획득을 앞두고 있다. NRC 인증은 미국 정부가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을 허가한 ‘안전 확인 증명서’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가 핵심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에 통째로 넘어갔다는 사실에 원전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이 추진된 후 한수원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며 “한국의 기술 노하우가 UAE 등에 넘어가면 한국형 원전의 수출 경쟁력은 그만큼 훼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일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했던 한국 원전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고 핵심인력들은 높은 연봉으로 유혹하는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전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들이 대규모 흑자 기조에서 벗어나 적자에 허덕이는 등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 인력 유출에 따른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수원에서는 원전 설계와 안전 등에 관련된 기밀자료를 산업안전보건내칙과 한수원 비밀세부 분류지침에 따라 대외비로 분류하고 보안책임자의 허가 없이 외부로 지참하거나 유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원전 시뮬레이터 개발에 필요한 모든 문서, 그 결과물인 시뮬레이터 모델 프로그램과 연계 프로그램 등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한 첨단기술에 지정돼 있다. 이를 위해 유출하거나 제3자가 사용하게 하는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특히 외국에 유출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문제는 공기업 퇴직자에 의한 유출 방지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국내 원전 공기업 임직원 중 576명이 자발적으로 이직했다. 부장급 이상 퇴직자는 전관예우 금지 규정에 따라 3년 이내 국내 관련 기업 취업이 제한되는데 이 때문에 퇴직자 상당수가 외국 업체로 취업한다. 외국 업체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기 위해 기술유출을 감행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원전 관련 공기업이 시뮬레이터 개발 등 민간회사에 용역을 맡길 경우에 견제장치가 느슨한 측면도 있다. 시뮬레이터 개발은 30개월 이상 다수의 인원이 투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출할 여지가 생긴다. 대부분 전략물자로 지정돼 있지만 한수원은 용역이 종료되면 기밀문서에 대한 폐기확인 공문을 보내고 확인증을 받는 절차를 거치지만 현장검증 없이 겉치레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배경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전 기술 보호 불감증으로 이어진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 전문인력들이 평생 충성을 바쳐서 일했는데 탈원전 선언으로 한순간에 적폐가 돼버렸다”며 “한국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 중 일부가 일탈을 한 사건으로 탈원전 선언 이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던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현재 UAE가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LTMA)을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이 함께 수주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기술유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바라카 원전 정비를 다른 나라 기술 전문가들과 함께 수행하는 것은 APR1400 기술을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이 유출되더라도 미국이나 UAE가 한국의 허락 없이 해당 기술을 사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원전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수원이 APR1400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응용하더라도 국제심판원에 제소할 수 있다”며 “한국에 기술을 전해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알더라도 로열티를 지불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오늘 : 149
합계 : 982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