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성호 문다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후 첫 일요일인 29일 서울의 대형교회와 사찰에선 긴장 속에 종교 행사가 열렸다.
2단계에선 종교 집회 시 수용인원이 전체의 20% 이내로 제한된다. 또 서울시는 24일부터 '천만 시민 멈춤 기간'을 선포하며 종교시설에 대해 '비대면 온라인 전환'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는 오전 9시께 열리는 2부 예배를 앞두고 마스크를 낀 신도들이 속속 입장했다. 교회는 성도 등록증을 제시하거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신도만 입장을 허가했다.
교회 측은 예배당 내에서 길이 3m 정도의 장의자 양 끝에 각각 한 명씩 두 명을 앉게 하고, 그 뒤의 의자엔 한 명만 앉게 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했다.
최대 1만2천 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순복음교회 대성전에는 이날 1천 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부 지침에 따라 20% 수준인 2천400명까지 수용했는데 자체적으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으로 방역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한 번도 주일예배를 빠뜨린 적이 없다는 순복음교회 신도 김모(65)씨는 "집에서 예배하면 예배하는 느낌이 안 난다"며 "될 수 있는 한 마스크를 쓰고 꼭 교회에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께 종로구 새문안교회에도 3부 예배에 참석하기 위한 신도들이 몰렸다.
교회 입구엔 '기침과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이는 교인은 귀가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교인들은 발열 체크를 하고 QR 코드를 등록한 뒤 손소독제를 바르고 예배실로 들어갔다.
원래 최대 2천400명까지 수용 가능서한 새문안교회 예배당에는 이날 정부 방역수칙에 따라 20%인 480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대면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은 300명 안팎이며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유튜브로 중계되는 3부 예배를 시청하는 사람은 1천400여명이었다.
교회 1층에선 교인들이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줄을 서서 신년 달력을 사 갔다. 교인 A씨는 "이맘때는 대림절(크리스마스 전 4주간으로, 그리스도교 한 해 교회력의 시작)이라 교회가 축제 분위기여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종로구 조계사에도 동안거 기도입재식과 합동 천도재를 앞두고 아침부터 신도들이 모였다.
조계사 측은 대웅전 법당에 스님 등 사찰 관계자와 신도를 합쳐 50명만 입장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신도들은 법당에 들어가기 전 거리를 두고 서서 손을 소독하고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었다.
추운 겨울 날씨에 법당 앞마당엔 석유난로가 마련된 텐트 24개가 설치됐으나, 일부 신도들은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30년 넘게 절에 다녔다는 이모(70)씨는 "이름을 적거나 체온을 재는 절차도 없이 텐트 안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며 "기도가 중요해도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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