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사들인 후 웃돈을 얹어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리셀러’(reseller)들이 가요계를 휘젓고 있다.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온 대중음악 콘서트 티켓에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행위가 이제 다른 곳으로도 옮겨 붙고 있다. 최근 LP붐에 따른 LP 리셀러들이 극성이다. 소장하고 있던 LP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되파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가수 김동률은 지난 25일 오후 2시부터 라이브 앨범 LP ‘KIMDONGRYUL LIVE 2019 오래된 노래’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8회에 걸쳐 2만4000여 관객과 함께 했던 공연의 실황을 담은 LP다. 콘서트에서도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김동률인만큼, LP 구매 열기도 뜨거웠다. 그런데 LP 판매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중고시장 등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상품에 웃돈이 얹어져 재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리셀러들은 기본가의 평균 2~3배의 가격을 붙여 재판매하고 있다.
앞서 가수 이소라도 LP를 발매했다.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9월 21일 예약 판매된 이소라의 6집 앨범 ‘눈썹달’ LP는 오픈 1분 만에 3000장이 매진되는 기념을 토했다. ‘눈썹달’ 지난 2004년 발매된 이소라의 명반 중 하나로, CD는 아직까지도 중고시장에서 십여 만원을 호가한다. LP로 제작된 앨범은 13만5000원에 판매됐는데, 온라인상에서 25~30만원가량에 재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40만원까지 올린 상품도 등장했다.
이밖에도 백예린의 정규 1집 ‘에브리 레터 아이 센트 유’ 한정판과 이승환의 정규 11집과 12집을 묶은 ‘폴 투 플라이’ LP 한정판이 출시되자 곧바로 매진됐는데, 온라인에 정가의 몇배에 달하는 금액이 뭍어 매물로 나왔다. 심지어 아이유가 2014년 발매했던 ‘꽃갈피’ LP는 최근 200만원에 올라와 팬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앞서 콘서트 티켓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당시 콘서트 티켓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기획사와 예매처에서는 티켓 재판매상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책을 내놓기도 했다. 티켓 판매처에서는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편취하는 업자(혹은 개인)를 막기 위해 약간의 장치를 삽입한 것이다. 보안문자나 예매 횟수를 제안하는 등이다. 간단한 클릭만으로 예매가 성사되지 않도록 장애물을 설치하는 셈이다.
소속사나 가수가 직접 암표와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유는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티켓을 판매하려는 시도가 보이면 해당 좌석에 대한 예매를 취소하겠다고 강경하게 말했고, 부정 티켓 판매자가 팬클럽 회원이라면 영구 제명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티켓 구매자와 실제 입장 관객이 동일한지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김동률의 소속사 뮤직팜도 부정 티켓 거래에 대해 단속에 힘을 쏟았던 바 있다. 뮤직팜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부정티켓 거래에 대한 제보를 통해 이를 엄격히 막겠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많은 부정 티켓 거래가 발생하는 별도 구역의 경우는 티켓을 사전배송하지 않고 공연 당일 예매자 본인 확인 후 현장 수령을 결정했다.
물론 이런 조치가 모든 재판매상을 막을 순 없었지만, 시장 정화의 차원에서 꼭 필요한 조치였다. 최근 LP 시장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자 가수 이승환은 SNS에 “리셀러들에게. (앨범을) 사지 마라. 팬이라고 다 팬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소속사인 드림팩토리는 리셀로로 판명된 사람들에게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김동률의 소속사 뮤지팜 등에도 리셀러들에 대한 조치를 해달라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방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