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최근 서울 집값 상승과 맞물려 중개보수도 동반 상승하면서 주택 중개의뢰인인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 웬만한 집 한 채를 거래하면 공인중개사가 양쪽에서 받는돈이 1000만원을 넘어가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중개 매물의 값이 올라가도 중개사가 하는 일은 대동소이하다는 소비자 불만도 파다하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6일 부동산 전문가들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를 모아 ‘주택의 중개보수 산정체계 개선’ 정책제안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크게 4가지 개선안을 제안했다.
▶8단계 세분화·6억원 이하 임차인 중개료 면제=첫번째 안은 9억원 초과 거래구간의 세분화와 6억원 이하 임대차 계약에 한해 임차인 쪽 중개료를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서울시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는 매물 가격대를 세 단계로 나누고 구간별 상한요율을 달리 정한다. 매매의 경우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 매물에 대한 중개보수는 최대 0.4%까지,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은 최대 0.5%, 9억원 이상부터는 0.9%가 적용된다. 8억9000만원 아파트 매매 중개료는 최대 445만원인데, 9억원이 되는 순간 최대 810만원으로 큰 폭으로 뛴다.
개선안은 ‘이상’을 ‘초과’로 바꾸고 ▷3억원 이하(0.4%) ▷3억원 초과~6억원 이하(0.5%) ▷6억원 초과~9억원 이하(0.6%)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0.7%) ▷12억원 초과~18억원 이하(0.4%) ▷18억원 초과~24억원 이하(0.3%) ▷24억원 초과~30억원 이하(0.2%) ▷30억원 초과(0.1%) 8가지로 세분화했다. 기존 방안보다 가격과 비례해 중개료가 완만하게 증가한다.
거래금액의 구간표준 보수요율을 곱한 후에는 ‘누진차액’을 공제하거나 추가 가산한다. 12억원 이하까지는 누진차액을 빼주고, 12억원 초과부터는 누진차액을 더해준다.
또, 임대차계약에선 6억원 이하 주택 임대차 중개거래시, 주거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임차인(저소득층, 청년, 신혼부부 등)에 한해 중개보수를 면제 또는 감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12억원 초과부턴 최대 0.9%=2안은 1안에서 약간 변형됐다. ▷3억원 이하(0.4%) ▷3억원 초과~6억원 이하(0.5%) ▷6억원 초과~9억원 이하(0.6%)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0.7%)까지는 1안과 마찬가지로 계산하되, 12억원 초과부터는 구간을 나누지 않는다. 12억원 초과분에는 0.5%에서 0.9% 사이에서 요율 협의해 곱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5억원짜리 주택 매매계약시 중개료 계산은 660만원(12억원*0.7%-180만원)+3억원(15억원-12억원)*(0.5%~0.9%중 택)가 된다.
2안에서도 마찬가지로 6억원 이하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주거취약계층에 대해 중개료 면제·감경안이 포함됐다.
▶협상 여지 없는 단일 요율 적용하자=3안은 ‘단일 요율제’ 또는 ‘단일 정액제’로 바꾸는 방식이다. 단일 요율제를 택한다면, 매매는 0.5% 이하에서, 임대차는 0.4% 이하에서 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단일 정액제 적용시에는 관계부처 및 특별 광역시도와 공인중개사협회간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방식을 택하면 중개의뢰인과 중개사간의 가격 네고 신경전이 사라지고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고가주택으로 갈수록 중개료가 천정부지로 솟구치게 된다. 30억원 주택 매매계약에 0.5%를 적용하면 1500만원이고, 이를 매도자와 매수인 양쪽으로부터 수취하면 주택 한 채 거래에 3000만원이란 비용이 발생한다.
▶중개사가 판단해 금액 정한다=4안은 중개사의 자율적 권한을 크게 증가시키는 방안이다. 다만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함께 질 수 있도록 담보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현재 1~2억원에 머무는 공인중개사 손해배상 책임한도를 상향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안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중개거래시장에서 매도자 우위 또는 매수자 우위 여부를 판단하고 중개보수를 어느 일방에게만 요구하거나 쌍방에게 차등 요구할 수 있다.
최근의 전세난처럼 수십명의 임차인이 집 한채를 두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상황을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고 일컫는다. 이 경우 중개사는 임대인에게선 중개료를 받지 않고 경쟁이 붙은 임차인에게서만 중개료를 받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권익위 측은 공인중개사협회와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위 4가지 중 어떤 안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친 후 12월 중으로 국토부와 각 지자체에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개보수요율에 대한 문제점은 국회 등에서도 여러번 지적된 바 있으며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도 조정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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