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무배제를 지시하고 징계를 검토하면서 검찰 내 반발이 거세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검찰총장으로 임명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과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떠올린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채 전 총장은 당시 정부 측 인사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한 언론사 보도에 의해 채 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이 불거졌고 이때를 기다린 듯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감찰을 지시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마치 채 전 총장을 저격한 듯 일사천리에 이뤄졌고 결국 채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바로 윤 총장이었다. 윤 총장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증언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윤 총장에게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 달라"고 부탁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부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다"며 윤 총장 지지에 동참한 바 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윤 총장이 채 전 총장의 위치에서 사퇴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를 지시한 뒤 곧바로 징계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에게 끝까지 버텨달라고, 형과 같다며 지지를 표명했던 여당 인사들과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의 이런 조치에도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채 전 총장은 2016년 한 언론사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 "눈치가 없었다. 자기(박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였다. 검찰을 하수인으로 만든 권력자들과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권력에 빌붙은 일부 정치검사들, 그러다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