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차’가 서울에선 더 이상 상상이 아니게 됐다. 지난 11일 2인승 드론 택시가 서울 여의도의 하늘을 가로지른 것이다. 사람 대신 20㎏ 쌀가마니 4개를 실은 시범 운행이었지만, 수많은 자동차가 뒤엉켜 교통 체증이 일어나는 서울 풍경이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울시는 오는 2025년 드론 택시를 첫 상용화해 미래 교통수단을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드론 택시를 타면 잠실에서 김포공항까지 12분 정도 걸린다. 해외에서도 드론 택시와 같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고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대도시에 적합한 미래 교통수단이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도심항공교통 서울실증’ 행사에 등장한 대형 드론은 높이 1.77, 무게 200㎏으로 얼핏 헬기처럼 보였다. 이날 한강공원에서 출발한 드론 택시는 약 10초 만에 사뿐히 떠올라 여의도 한강공원∼마포대교 일대 1.8㎞ 거리를 7분간 두 바퀴를 돌고 돌아왔다. 드론 택시는 헬기와 달리 전기를 동력으로 난다. 헬기보다 작아 더 낮은 고도에서도 날 수 있다. 안전 문제가 확보되면 관제 시스템으로 조종사 없이 자율 비행도 가능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미래 대중교통 시스템의 한 축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국토부는 서울 여의도∼김포공항(약 40㎞)을 조종사가 없이 승객만 타는 경우 요금 2만원 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해외에서도 미국 우버(Uber)가 적극적으로 드론 택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예 드론을 이용한 교통수단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지난 2016년 별도로 만들었다.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통신사 AT&T와 협력하고 있다.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는 2011년 첫 드론 택시를 선보인 이후, 2019년 이미 싱가포르에서 사람을 태우고 시범 비행을 하는 등 10년 이상 8700만유로(약 1100억원)를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와 한화시스템즈가 드론 택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까지 8인승 드론 택시 기체를 제작해 상용화할 예정이고, 한화시스템즈는 미국 ‘오버에어’에 2500만달러를 투자해 기체를 개발 중이다.
서울시는 기초 역량을 갖추고자 민간을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는 관련 석사 학위 과정을 새로 만들어 전문 인력을 키운다. 2023년부터는 드론 택시에 대해 국토부 인증을 거쳐 서울의 소방 활동 때부터 본격적으로 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드론 택시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가 없는 만큼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고층 건물이 많고 사람들이 밀집해 살아가는 서울은 드론 택시가 자리 잡으려면 해외 도시보다 몇 배 치밀한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비행기나 헬기와 마찬가지로 강풍 등 날씨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첫 상용화 목표로 잡은 2025년까지 남은 5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드론 택시 이착륙 지점이 기피 시설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서울시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