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내집 마련의 꿈이 어려워지고 있다. 기록적인 초저금리와 정부의 코로나19 부양책 등으로 시중에 돈이 풀린 데다가 백신 보급 기대감까지 커지자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국에서나 대출 규제를 강화하거나, 월세 상한제 도입 등의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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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역대급으로 뛴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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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 연방주택기업감독청(FHFA) 통계를 인용해 올 3분기 미 전국 집값이 전분기 대비 3.1%,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7.8%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FHFA는 이같은 상승세는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집값 상승세는 최근들어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20개 도시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9월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6.6% 상승하면서 전달 5.3%보다 상승폭이 컸다. 이는 2018년 4월 이후 최대치이기도 하다.
지난 9월 미국내 주택 판매는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11.4%로 전국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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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조기 회복 중국도 집값 광풍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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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정보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7.4% 상승세를 보였다. 전달(7.2%)보다 상승폭이 조금 더 올라갔다.
중국은 올해 부동산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26일 홍콩 금융전문기 더에셋은 중국 국가통계국(NBS)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부동산에 흘러들어간 자금만 11조6600억위안(약 1964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택시장에 투입된 돈만 8조6300억위안(약 1453조8100억원)으로 같은기간 7%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9월과 10월은 '황금 기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수세가 몰렸다. 주택 판매가 11%나 증가했다. 주택 판매는 1년새 20%나 급증한 3조4700억위안(약 584조5600억원) 규모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이징이 최근 집값 과열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 집값 통제를 위해 각 도시별로 수요 억제 대책을 내놓거나 부채가 많은 시행사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조사에 착수하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시행사에게 주택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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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조이는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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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지난 12개월간 주택 가격이 20% 가까이 급등하자 대출 규제 카드를 꺼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 25일 내년 3월부터 주택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정부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낮추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날 뉴질랜드 정부는 중앙은행에 서한을 보내 주택시장 과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이 주택 문제를 정책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과 뉴질랜드 등은 초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코로나19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택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는 처음으로 주택 중위가격이 100만 뉴질랜드달러(약 7억7400만원)을 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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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내집 마련의 꿈 아예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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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시 올 3분기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이 전년대비 12.14% 상승하고, 프랑스는 2분기 아파트 가격이 7% 뛰는 등 유럽도 주택 가격 상승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프랑스는 보르도, 리옹, 몽펠리에 등 지방 정부들은 집값 상승으로 월세 역시 따라올라가자 최근 중앙정부에 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파리와 릴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하는 조치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코로나19 종식 후 유럽의 젊은층과 저소득층이 주택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지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변화로 인해 공공지원주택에 대한 요구rk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