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무력화에 이어 경찰도 대공(對共)수사 역량 허물기에 나서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7일 ‘안보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지방청 보안과장회의’에서,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을 안보수사국 출범과 함께, 대공·방첩 수사를 전담해온 ‘보안’ 경과(警科) 폐지 방안을 밝힌 것으로 25일 보도됐다. ‘보안 경찰’ 1600여 명 전원이 일반 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 경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안보 자해(自害)’ 지적에 아랑곳없이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보위 소위원회에서 24일 단독 의결했고, 27일 본회의의 강행 처리도 예고한 상황이다. 뒤늦게나마 이관을 포기하는 게 옳지만, 끝내 입법할지라도 경찰마저 ‘역량 강화’로 위장해 역량을 더 약화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부터 묻게 한다. 경찰 내에서도 “안보수사국은 대공수사 경험이 거의 없는 인력들로 채워질 것” “수십 년 간 축적해온 대공수사 역량이 빠르게 사장(死藏)될 것” “앞으로 간첩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 “김정은 북한 정권과 국내 종북 세력에 꽃길을 깔아주는 것” 등으로 비판한다.
경찰청은 “심장 전문의가 해야 할 수술을 일반외과 의사에게 맡기는 격”이라는 조영기 국가정보학회 부회장 개탄이나마 경청하고, 보안 경과 폐지 방안을 접으면서 대공수사권 이관 경우의 실질적 역량 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