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고지를 넘자 예정에 없던 연설로 자찬했다. 1분 3초 발언하고 언론의 질문에 답없이 퇴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백악관 브리핑룸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대동하고 등장해 연단에 오르면서 “모든 사람에게 축하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다우지수가 3만선을 돌파한지 한 시간 가량 흐른 뒤였다.

그는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3만을 찍었는데, 역사상 가장 높은 것”이라며 “그 숫자는 결코 깨진 적이 없다. 3만은 ‘신성한 숫자(sacred number)’”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11·3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패한 이후 트위터로 의견을 밝히는 것 외에 공식 행사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증시 상승의 공(功)을 차지하려듯 보였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라는 취지로 말한 점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백신 개발 진전을)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큰 영향이 있다”고 했다.

제약사 모더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을 통해 10억달러를 지원받았고, 화이자는 이 작전에선 자금을 받지 않았지만 연방정부와 백신 구매 사전약정을 맺었다고 WP는 설명했다.

시장 안팎에선 지수 상승이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연방총무청(GSA)에 바이든 당선인 측에 정권 인계 절차 시작을 지시해 불확실성이 제거된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두고 이날 오후 1시로 잡혔던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팀 지명자 소개 행사에 쏠린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기록을 세운게 올해 9번째고, 트럼프 행정부에선 48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브리핑룸을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추수감사절(26일)을 앞두고 이날 오후 2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칠면조 사면식’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참여했다. 그는 “미국을 위대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군·법집행 영웅들에게 사랑을 보낸다”며 “미국 우선주의(Amerca First)는 사라져선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전날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낸 기고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빼길 희망한다고 밝힌 점을 겨냥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트럼트 대통령은 행사 막판 기자들이 대선 패배 승복 연설을 할 건지 물었지만 역시 답을 하지 않고 물러났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