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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수사권 이관이 '反국가'인 이유 덧글 0 | 조회 6 | 2020-12-04 13:35:45
오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3년 유예 조건으로 경찰에 대공 수사권을 이관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대 사안을 여당 홀로 밀어붙여도 되는가. 법 시행을 유예한다고 해서 경찰 이관에 따른 문제점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은 법적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대공 수사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철저한 훈련과 신분 세탁을 거쳐 잠입하는 간첩을 체포하거나 지하당의 조직적·체계적인 반국가 활동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첩보 수집 및 내사, 감청과 암호 해독, 외국 정보기관과의 협력 등 일반 범죄 수사와는 차원이 다른 업무 영역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또, 외사·보안·방첩, 대북 공작, 사이버 활동, 과학 장비 등 모든 역량이 동원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추적을 통해 조직과 배후의 전모를 밝히려면 보안 유지가 필수다.

최근 간첩은 북한과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은밀하게 활동한다. 해외에서 직접 협조자를 포섭하거나 국내 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공 수사는 해외정보와 국내정보, 공개정보와 비밀정보, 인간정보(HUMINT)와 기술정보(TECHINT), 첩보망과 정보 협력 등 다양한 정보 출처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정보자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부조직법상 경찰은 해외 조직을 갖지 못한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법집행기관’인 까닭이다. 해외에서 수사를 하고 법 집행을 하려 들면 주재국의 주권 침해가 된다. 영사 조력을 위해 경찰 인원이 파견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1963년의 ‘빈 영사관계 협약’과 2국간 영사협정 등 국제법에 근거한 것이다. 영사나 영사협력관으로 나간 경찰 인원이 본래의 직무를 벗어나 대공 수사를 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자 월권이다. 경찰이 해외에서 어렵사리 간첩 수사와 채증에 성공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면 체제 안보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경찰은 공개 수사기관으로 민생 치안을 주 임무로 하며 조직 내 인사 교류도 활발하다. 때문에 경찰은 사전 첩보 입수, 장기간 내사와 공작 등 은밀한 추적 활동이 필요한 대공 수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 특히, 시민단체 관계자, 변호사,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된 ‘안보수사심의회’가 보안경찰의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 여부를 검토하게 돼 있어, 극비리에 추진돼야 할 간첩 수사가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다. 대공 수사 진행 시 정치권의 압력에서도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국정원의 대공 수사관은 ‘차단의 원칙’ 아래 입사 후 퇴직할 때까지 같은 업무를 계속 맡는다. 자연히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는다. 비공개와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대공 수사가 국정원에 적합한 이유다.

결국, ‘경찰 이관’은 말만 이관일 뿐, 실제론 대공 수사권 ‘무력화’와 다름없다. 대공 수사를 잘할 수 있는 기관에 권한을 주고 인권 수사를 독려하며 민주적 통제를 하는 게 진정한 개혁일 것이다. 북한의 집요한 대공 수사권 무력화 전략에 영합하는 행동은 절대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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