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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숲가꾸기..밀집·밀접, 나무도 안 돼요 덧글 0 | 조회 13 | 2020-12-03 20:47:21
골든블루  

[경향신문]

‘심기’로 헐벗은 산 푸르게 됐지만

과밀로 숲 효용은 높아지지 않아

1998년부터 ‘가꾸기’로 정책 변경

2018년 산림 공익적 가치 ‘221조’

목재 증가율도 196%로 세계 최고

1960년대 이후 한국은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는 데 힘을 쏟았다. 정부와 국민은 주로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었다. 민둥산을 푸른 산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산은 푸르름을 되찾았지만, 숲의 효용은 생각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산에 나무가 너무 많아 애써 심은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산불이 나면 급격하게 번지는 등 여러 문제도 발생했다. 나무의 경제성도 떨어졌다.

정부는 ‘심기’에서 ‘가꾸기’로 산림정책을 변경했다. 1998년 이후 산림청은 ‘숲가꾸기’에 집중했다. 숲가꾸기는 천연림과 인공조림지의 나무가 건강하고 우량하게 자랄 수 있도록 솎아베기나 가지치기 등의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숲을 가꾸고 키우는 사업을 말한다. 풀베기와 덩굴 제거 등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활동도 포함된다. 경제성이 낮은 나무를 높은 나무로 바꾸는 것 역시 숲가꾸기에 해당한다.

산림청이 1998년 이후 최근까지 가꾼 숲은 410만㏊ 정도이다.

숲가꾸기는 산불을 막는다

숲가꾸기를 통해 우리가 얻는 이익 중 대표적인 것이 산불 예방 효과다.

산림청은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전남 화순군 운주사 일대 산림을 대상으로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했다. 산림청은 나무가 편하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솎아베기를 진행했다. 운주사 인근 산림의 나무 수는 ㏊당 1000그루에서 500~600그루로 줄어들었다. 산림청은 또 지면에서 7m 높이까지의 나무 가지를 모두 자르는 가지치기를 진행했으며, 가지치기로 발생한 나뭇가지는 모두 산 밖으로 빼내는 작업도 했다.

이듬해 4월6일 이 일대에서 산불이 났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숲가꾸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나무가 빽빽한 지역에서는 불이 나무와 나무 사이로 번지면서 많은 피해가 났지만, 숲가꾸기가 진행된 운주사 인근 지역에서는 불이 땅 위의 잡초 등을 태우다 바로 꺼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당초 산불이 시간당 1.02㎞의 속도로 번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숲가꾸기가 실시된 지역에서는 시속 0.84㎞로 번지면서 큰 피해 없이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6년 강원대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숲가꾸기를 실행한 산림의 산불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산림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숲이 주는 혜택은 1인당 연간 428만원

지난 20여년간 정부와 국민이 추진해온 숲가꾸기는 우리 국민에게 얼마의 혜택을 줬을까.

국립산림과학원이 2018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2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숲의 공익적 가치를 분야별로 나눠보면, ‘온실가스 흡수·저장’이 75조원(34.2%)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산림경관(28조4000억원, 12.8%), 토사유출방지(23조5000억원, 10.6%), 산림휴양(18조4000억원, 8.3%), 수자원을 머금는 기능(18조3000억원, 8.3%) 등이었다. 국민 1인당 숲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환산하면 연간 428만원에 이른다.

특히 숲의 공익적 가치는 숲가꾸기 추진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숲가꾸기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인 1987년 숲의 공익적 가치는 17조7000억원에 그쳤지만, 이후 20년 만에 12.5배나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숲은 약 60억t에 이르는 수자원을 머금고 있다. 이는 소양댐 저수량의 3배에 이르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숲가꾸기를 실시한 결과 숲이 머금고 있는 수자원의 양이 20~30%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우리 숲은 홍수조절·가뭄해결·수질정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가꾸기는 산림 분야에서 연간 1만100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숲가꾸기는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회복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면서 “수많은 임업 기능인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숲가꾸기

숲가꾸기를 실시한 이후 우리 산림이 갖고 있는 목재의 양(임목축적)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임목축적은 1990년 ㏊당 50㎥에서 2015년 148㎥로 증가했다. 숲이 크고 경제성이 높은 나무로 가득 차게 됐다는 얘기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 숲에 있는 나무의 직경이 3배 이상 증가하고 옹이가 없는 고급 목재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숲의 경제성이 대폭 향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이런 숲가꾸기 효과는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과 세계 주요 20개국(G20)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석에서 한국의 임목축적 증가율(196%)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관계자는 “1970~1980년대 진행된 치산녹화사업으로 녹화에는 성공하고도 임목축적은 산림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숲가꾸기 이후 크게 향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숲가꾸기, 앞으로도 계속된다

우리나라는 1960~1980년대 전 국민이 시행한 나무심기를 통해 황폐했던 산을 푸른 숲으로 바꾸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녹화에 가장 성공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하지만 우리 숲을 냉정하게 진단해보면 아직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녹화에 중심을 둔 속성수 심기의 영향이 크다.

요즘은 산림이 노령화의 길을 걷게 되면서 온실가스 흡수능력도 감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 숲의 경제성을 높이고 탄소흡수 기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높은 수종으로의 교체와 지속적인 숲가꾸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이에 따라 과거 산림녹화를 위해 식재한 리기다소나무와 아까시나무 등의 녹화수종이나 불량 숲에 대해서는 벌채를 하고, 낙엽송과 같은 경제성이 높은 수종으로 대체하면서 생육 단계에 맞는 숲가꾸기를 하기로 했다.

생활권 주변 산림에 대해서는 ‘산불예방’을 위한 숲가꾸기에 치중한다. 불이 나도 주택 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산림자원 육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 산림경영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숲은 나무를 심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게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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