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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가덕도신공항, 논란 속 해법은 덧글 0 | 조회 93 | 2020-12-03 03:12:55
MBC  

[경향신문] ‘가덕도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이 발의됐다. 가덕도의 앞엔 두 가지 길이 있다. 한쪽은 급히 몰아붙여 실패로 가는 길이다. 다른 쪽은 더 웅대하게 한반도 차원의 새로운 국토기획을 해보는 길이다.

특별법으로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는 것은 여러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우선 가덕도신공항이 ‘정치공항’으로 규정되면 그 앞날이 어둡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저마다의 특별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특별법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급히 서둘렀다가 부작용이 나면, 역풍이 불 수 있다.

특별법 추진이 순조로울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에서는 2030년 신공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서두른다고 한다. 그러나 2030년까지 중요한 선거가 여러 번 있다. 부산을 위해서도,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절차를 차분히 밟아야 한다.

우선 두 가지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 첫째, 김해신공항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검증위원회 발표와 가덕도를 최종 최적지로 선정하는 건 별개 문제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검증 절차를 확실히 밟아야 뒷말이 없다. 둘째,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조항을 넣으면 국가의 법체계 무력화 선례가 되고 사업의 정당성도 잃는다. 국가재정법에 의하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다음으로 신공항의 비전을 잘 세워야 한다. 신공항을 물류 운송에 특화할 것인가 부산이 항공운송 공항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항공운송은 높은 운송비를 부담하더라도 짧은 운송시간을 지향하는 산업이다. 광대한 수요의 배후지를 갖춰야 한다. 2019년 공항 화물처리량 세계 1~3위를 차지한 홍콩 첵랍콕공항(469만t), 상하이 푸둥공항(282만t), 인천공항(276만t)이 그런 곳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화물처리량은 11만6000t이었다.

화물운송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야는 복합운송이다. 복합운송은 육상·해상·항공운송 중 두 가지 이상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일관운송 체계를 갖추는 것을 지향한다. 부산 입장에서 복합운송에 유리한 것은 부산항이다.

부산항의 2019년 화물처리량은 2199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로 세계 6위였다. 부산항의 경쟁자는 세계 1위인 상하이항(4330만TEU)이다. 해상·항공 복합운송의 성장 추세를 볼 때 부산항은 잠재력이 있다. 해상·항공 복합운송의 주요 루트는 북미 경유 운송로, 동남아·중동 경유 운송로, 러시아 경유 운송로 등이다. 부산항은 여러 대륙을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인천공항이나 부산항과는 차별화된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한반도 차원에서, 수도권 중심의 국토공간구조를 일대 개혁하는 역할을 부산에 기대하고 싶다. 근대로의 이행을 이끈 역할을 맡은 곳이 인천, 부산, 원산이다. 이들 개항장은 서울과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는 부산이 한반도의 수도권 일극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남부권 초광역경제권을 형성하고 부산이 이를 세계와 연결해야 한다. 남부권의 핵심 메트로를 더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대구~전주 간, 광주~부산·울산 간, 남해안 벨트 연결을 통해 남부권의 격자형 고속 교통망을 구축하도록 한다. 남부권 내에 중증·응급 질환에 대응하는 의료거점을 세우고, 아시아의 관광거점이 될 수 있는 랜드마크와 관광벨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화물운송보다는 남부광역권 여객운송의 관문, 한반도 균형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맡기 바란다. 신공항이 남부권 전체의 매력자원을 연결하는 새로운 한반도 전략과 함께 가길 바란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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