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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국방톡톡] 광망시스템 더 달라? 곤혹스러운 軍 덧글 0 | 조회 13 | 2020-12-02 19:53:58
스톡포  

북한 남성이 최전방 GOP(일반전초) 철책을 거뜬히 넘어온 사건을 계기로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군과 설치업체의 조사 결과 철책 상단 부분에 설치된 '상단 감지유발기' 내부에 압력을 감지기에 전달해주는 나사가 풀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지기에 압력이 가해지면 나사가 광섬유를 눌러 '절곡'(折曲·구부러짐) 되면서 센서가 작동하도록 고안됐는데 이 나사가 풀려 있어 절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전방의 강한 바람으로 철책 기둥 위에 설치된 와이(Y)자 형태 브라켓에 붙어 있는 상단 감지 유발기가 흔들리면서 나사가 스스로 풀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에 따르면 감지기 내에 나사가 있다는 것은 업체만 알 뿐 군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 감지기 설계에 관여하지 않았던 군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감지기는 봉인되어 있어 군이 함부로 뜯어보지도 못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설치 업체가 군에 제공한 관리 매뉴얼에도 봉인을 뜯어서 내부를 점검하라는 지침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다른 감지기의 내부 사정을 살펴보고자 뒤늦게 전수 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나사를 제거하고 아예 고정하는 방법 등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군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고 한다.

한 업체가 과학화 경계시스템 사업을 수주했지만, 다른 업체에 하청을 줬고 그 업체는 또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렇다 보니 GOP 광망 시스템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하청 업체별로 시공을 달리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일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GOP 철책별로 광망 시스템이 다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망 시스템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면 표준화된 관리 매뉴얼도 없기 마련이다. 전수 조사에서 이번 감지기 방식과 전혀 다른 시공법을 택한 감지기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철책 귀순' 사건으로 문제점이 드러난 감지기 말고 다른 감지기의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군 내부에서는 "뚫려 봐야 어디가 문제인지를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란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육군은 동부지구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성능을 개량하는 2차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사업 착수 시기나 예산 확보 방안은 '깜깜'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채익 의원 자료에 따르면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2400억 원을 들여 구축했다. 2015년 9월 중순 이후 지난 8월 중순까지 장비 작동 오류 및 고장은 2749건으로, 평균 하루에 1.5건꼴이다. 강풍(1047건)과 동물(1078건) 훼손으로 철조망 감지센서인 광망에 문제가 생긴 게 전체 고장의 대다수로 나타났다. 카메라와 서버, 전원 장치 등 장비 고장도 전체의 15.9%인 439건에 달했다. 경보음이 울린 것은 2016년 이후 총 1만2190여 회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시스템 오류에 의한 것은 3290여 회(27%)에 달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동물이 광망을 건드려 경보음이 울린 것은 2300여 회(18.9%)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동물이 건드려 경보음이 울린 것보다 시스템 오류에 따른 오작동이 더 많은 것은 경계시스템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철책 귀순으로 문제가 된 상단 감지유발기는 설치된 지 5년 남짓 됐다. 군 당국이 이 장비의 유효기간을 10년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애초 부품 불량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군은 "하자보수 기간 2년이 지났고 다른 곳의 장비도 조사한 결과 극히 일부에서만 이런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 부품 불량보다는 노후화 현상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 유지·보수 예산도 매년 늘고 있다. 무상 수리 기간이 끝난 2018년 13억여 원이던 관련 예산은 내년 31억3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줄어드는 병력을 보완해 최전방 경계·감시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장비 성능이 떨어지고 결함이 발생하는 순간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이번 철책 귀순 사건이 제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귀근 연합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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