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및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해안 경계를 위해 도입한 200여 대의 국산 CCTV가 실제로는 악성코드 유포 사이트로 접속되도록 설정된 중국산임이 밝혀졌다. 발견치 못 했다면 중국이 무단으로 영상 데이터를 가져가거나, 작동하지 않게 하거나, 가짜 영상 정보를 송출했을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는 아니다. 실제로 파키스탄에선 기반시설 설치 CCTV에서 중국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송신칩과 백도어가 발견됐고,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대사관 CCTV 영상도 외부로 무단 전송됐다.

전 세계적으로 화웨이 등 중국산 5G 통신 장비, CCTV, 드론 등을 활용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미 IT 장비 공급망에 개입해 백도어를 심고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게 기술 강국들의 기본 전술이 되고 있다. 현대전에서는 2015년의 북한 미사일 발사 실패와 2017년의 미국 이지스함 충돌 사건처럼 각종 무기체계 부품에 숨겨 놓은 악성코드를 통해 적국 무기를 무력화시키거나 오작동하게 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군용 드론이 화웨이 장비를 채택한 네트워크에서 운용돼 문제가 됐고, 중국산 반도체가 탑재된 AI 스피커가 전군 생활관에 배치돼 음성 데이터의 중국 전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중국몽’ 실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 정책에 국군의 최저가 입찰 정책이 맞아떨어지면서 군 입찰에서 중국 제품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됐고, 값싼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게 관행화했다. 이대로 가면 중국몽 달성에 도움만 주고, 정작 스마트 강군 건설의 목표와 국가 안보는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중국의 기술 통제와 종속이란 새로운 갈림길에 직면할 수 있다. 타국에 눈과 귀를 내주고, 중추신경인 C4I와 무기 통제권조차 뺏긴다면 싸워보기도 전에 질 수밖에 없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군이 매번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둘러대 왔던, 군 시스템은 단일망에 있고 사업자들이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는 소극적 변명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제부터라도 군 도입 장비에 높은 기술 표준 준수를 요구하고, 어느 나라 제품이고 어디 부품을 사용했는지 확인하며, 위험한 국가 제품을 금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나라 제품을 선택하는 게 스마트 국방 시대의 핵심적인 기술 주권이자 기본 방어 활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중국 제품 사용을 강제하게 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공급망 보안 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군을 포함해 안보 분야 조달 정책은 최저가 입찰이 아닌 보안 우선 조달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식자재 원산지 표시처럼 IT 장비 사용 부품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원산지 허위 표시 기업에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IT 장비와 무기체계의 국적, 취약성과 보안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군과 안보 시설에서 무늬만 한국산인 중국 장비와 부품의 도입 여부와 보안성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이러한 다각적 대응 노력이 빠진 스마트 국방혁신을 통한 군사 강국으로의 도약은 공염불에 불과하며 우리에게 더 큰 안보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